디젤차 출력경쟁으로 1000억시장 급성장 예고

  • 입력 2005년 5월 16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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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이병현(28·경기 고양시 일산구) 씨는 요즘 시간이 날 때마다 자신의 ‘애마(愛馬)’인 ‘무쏘’를 몰고 자동차 전용 도로로 향한다. 이 씨는 “2년 전 중고로 구입한 이 차의 엔진을 최근 손 본 뒤로 운전하는 재미가 부쩍 늘었다”며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순간 원하는 만큼 앞으로 나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가속력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 차 엔진에 ‘볼 베어링 타입’의 ‘터보차저’를 달았다.

이 씨처럼 엔진의 부품을 덧붙이거나 바꿔 출력과 가속 능력을 높이는 ‘엔진 튜닝’은 주로 디젤 차량이 대상이다. 최근 자동차 업체들의 디젤 엔진 출력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엔진 튜닝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자동차 ‘힘’ 경쟁에 설레는 엔진 튜닝 시장

한국의 자동차 튜닝 시장은 약 1조 원 규모. 이 가운데 90% 정도가 차의 외형을 꾸미는 ‘드레스 업 튜닝’이다. 엔진의 성능을 높이는 엔진 튜닝은 1000억 원 규모다. 이웃 일본의 튜닝 시장이 2조5000억 엔(약 25조 원) 규모인 것을 감안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출력 경쟁을 기점으로 튜닝 시장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튜닝 관련 업계는 최근 디젤 엔진 차량의 출력이 좋아지면서 이미 디젤 엔진 차량을 산 운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쌍용자동차가 지난달 내놓은 ‘뉴 렉스턴(2700cc)’은 최고 출력 176마력. 현대자동차의 ‘테라칸JX(2900cc)’의 최고 출력 역시 176마력이다. 기아자동차의 2005년형 ‘쏘렌토(2500cc)’의 최고 출력은 174마력. 이전 쏘렌토(145마력)나 무쏘2.9(120마력)에 비하면 눈에 띄는 약진이다. 이런 자동차 업체들의 출력 경쟁이 튜닝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엔진 터보 부품 제조업체인 하니웰코리아의 최진환 부장은 “완성차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차의 출력을 높이는 추세여서 2년 이상 디젤 차량을 몰았던 운전자들이 상대적으로 차의 출력에 불만을 느끼고 있다”며 “300만∼400만 원 정도로 이런 차의 기분을 느낄 수 있는 튜닝은 매력적인 옵션”이라고 말했다.

○ 튜닝의 효과는?

엔진 튜닝의 기본 원리는 엔진 연소실에 들어가는 공기 주입량을 늘려 연료의 연소 효율을 높이는 것. 연료 효율이 높아지면 엔진의 힘이 커진다. 일반적으로 디젤 엔진 차량은 그 자체만으로는 휘발유 엔진 차량에 비해 출력과 순간 가속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연소실에 많은 공기를 넣어주는 ‘터보차저’가 달려 나온다. 이 터보차저를 값비싼 고효율 부품으로 바꿔 주는 것이 핵심이다.

튜닝 업체들은 최대 출력이 120마력(4000rpm)인 쌍용자동차의 ‘무쏘2.9’를 볼 베어링 타입의 터보차저로 바꾸는 작업을 통해 170∼180마력까지 올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고 속도도 시속 20km 이상 빨라져 시속 200km까지 달릴 수 있다는 것.

일부 업체는 엔진 튜닝을 하면 연비도 높아진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300만 원에서 많게는 800만 원 정도인 비용을 감안하면 실제로 ‘경제적 효과’는 없는 편이다. 또 최근 나오는 고출력의 전자식 터보차저(VGT) 엔진을 능가하는 출력 개선 효과도 기대하기는 어렵다.

카 레이서 출신으로 경기 파주시에서 튜닝 숍을 운영하고 있는 임창규 사장은 “튜닝을 통해 정지 상태에서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15초 이상에서 7∼8초까지 앞당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튜닝 주의점…자동차검사소에 변경신청 안하면 불법튜닝▼

튜닝은 자동차의 구조를 바꾸는 것. 이 때문에 자칫하면 불법 개조 차량이 된다.

먼저 자동차 검사소에 변경 승인 신청을 한 뒤 정비사업소에서 튜닝을 받아야 한다. 이후 45일 이내에 변경 내용을 검사받은 뒤 결과를 등록 관청에 보고해야 ‘합법적인’ 튜닝이다. 검사료는 8만∼5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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