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돈 있어도 투자 안한다…작년말 현금 보유액 66兆

  • 입력 2005년 5월 16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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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기업의 재무구조와 수익성이 크게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양극화 및 투자기피 현상은 여전했다. 기업들은 투자를 하지 않는 대신 작년 말 현재 사상 최대인 66조 원을 현금으로 갖고 있다.》

○ 재무구조와 수익성은 선진국 기업보다 좋아

한국은행이 연 매출액 25억 원 이상인 5437개 기업(농업 금융업 등 제외)을 조사해 16일 발표한 ‘2004년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이들 기업의 부채비율은 114.0%로 1년 전보다 17.3%포인트 낮아졌다.

이런 부채비율은 일본(253.6%·2003년 말 모든 기업)이나 미국(141.2%·2004년 말 제조업체 기준)보다 훨씬 낮은 것이다.

전체 매출액에서 경상이익과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각각 7.0%, 6.8%로 선진국보다 높았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이 6.8%라는 것은 기업들이 1000원어치를 팔아 68원을 이익으로 남겼다는 뜻이다. 이 비율은 2001년 5.1%, 2002년 5.7%, 2003년 6.4% 등으로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 중소 내수 제조업체의 ‘그늘’

그러나 중소기업과 수출 비중이 낮은 제조업체의 어려움은 계속됐다.

작년 말 대기업 제조업체의 부채비율은 91.7%인 반면 연간 매출액 500억 원 미만 중소기업의 부채비율은 152.6%로 훨씬 높다.

수출 비중이 20%에 못 미치는 내수 제조업체의 부채비율도 122.7%로 제조업 전체 평균보다 18.5%포인트 높았다.

수익성도 마찬가지.

지난해 5대 기업의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률은 17.0%에 이른 반면 매출액 500억 원 미만 중소기업의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률은 2.0%에 그쳤다. 1000원어치를 팔아 겨우 20원을 남긴 것.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내수가 죽을 쑨 반면 수출이 호조를 보였다는 사실을 잘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 이익 늘어도 투자는 안 한다

재무구조와 수익성이 좋아졌는데도 기업들은 투자에 인색하다.

제조업체의 기계와 설비 등 유형자산 증가율은 지난해 4.8%로 2003년(1.7%)보다는 높아졌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

제조업 유형자산 증가율은 1970년대 29.8%, 1980년대 18.9%, 1990년대 14.5%였으나 2001∼2004년에는 1.0%에 머물렀다.

기업들이 돈이 있어도 투자하지 않음에 따라 기업의 총자산 중 현금(유가증권 및 단기 금융상품 포함)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말 현재 9.9%로 높아졌다. 금액으로는 사상 최대인 66조 원이나 됐다.

한은 김병화(金炳和) 경제통계국장은 “기업들이 이렇다 할 투자 대상을 찾지 못하고 있어 보유 현금은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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