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당국간 회담 재개]北, 6자회담보다 ‘南 선물’ 관심

  • 입력 2005년 5월 16일 03시 01분


코멘트
10개월 만에 열리는 남북 당국 간 회담이 교착된 남북관계의 정상화와 북한 핵문제 해결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을까.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은 15일 “한반도가 평화번영의 길로 나아갈 것인가 하는 십자로에 서 있는 형국”이라며 이번 회담의 의미를 강조했다.

▽무엇을 논의하나=정부가 밝힌 이번 회담의 3대 의제는 △남북관계 정상화 △북핵문제와 6자회담 재개 △비료 지원 등 인도적 지원문제 등.

대북(對北) 비료 지원은 돌발변수가 없는 한 성사될 전망이다. 정부가 그동안 당국 간 회담이 열리면 비료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누차 밝혀 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원 분량. 북측은 올 1월 50만 t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봉조(李鳳朝·51) 통일부 차관은 “예년 수준의 비료를 지원하는 문제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혀 20만∼30만t 지원을 시사했다.

지난해 7월 이후 열리지 않고 있는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에 건설할 예정인 상설면회소 설치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북핵 돌파구 열까=북한이 전격적으로 회담에 응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핵이 가장 어려운 의제가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 하지만 정부는 북한에 핵문제의 심각성을 전하는 동시에 이번 회담을 핵문제 해결의 ‘촉매제’로 삼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만수(金晩洙) 청와대 대변인은 15일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설득할 수 있는 대화 통로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회담 시기도 전망을 밝게 한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가 북핵 문제 조율을 위해 방한한 데다 한미 당국이 북한의 폐연료봉 인출을 ‘대화용’으로 해석해 ‘강화된 외교적 노력’으로 풀겠다는 의사를 밝힌 직후라는 점에서다.

그러나 부정적인 전망도 있다. 핵 문제를 기본적으로 미국과의 양자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북한의 인식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 외무성은 3월 31일 미국에 대해 “북한이 핵무기 보유국이 된 마당에 6자회담은 대등한 입장에서 문제를 논의하는 군축회담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담 성사까지=정 장관의 ‘삼고초려(三顧草廬)’가 크게 작용했다. 정 장관은 작년 말부터 이달 초까지 세 차례에 걸쳐 북측의 ‘대남관계 최고정책담당자’에게 당국 간 회담 재개를 요청했다.

4월 23일 이해찬(李海瓚) 총리와 김영남(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만나 당국 간 회담 재개에 공감하면서 대화 재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이에 따라 남측이 지난주 판문점 채널을 통해 회담의 형식과 일정, 장소, 의제에 관한 입장을 전달했고, 북측이 이에 호응해 개성 회담이 합의에 이르렀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