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당국간 회담 궁금한 4가지

  • 입력 2005년 5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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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차관급 회담은 어떻게 성사됐고, 북한은 어떤 의도로 회담장에 나오는 걸까. 차관급 회담이 남북 장관급 회담으로 이어져 남북관계 정상화의 물꼬를 틀 것인가. 정부 당국자와 북한문제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 이 같은 궁금증을 풀어 본다. 》

①북한의 노림수는…비료지원 등 실리 챙기기

북한이 차관급 회담에 응한 것은 비료 지원 등 경제적 실리를 얻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북한대학원대 양문수(梁文秀) 교수는 “신년 공동사설에서 ‘인민들의 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북한은 영농철을 맞아 비료를 공급하는 것이 절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당국 간의 대화 없이는 비료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원칙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고 북측도 5월을 넘기면 비료를 뿌릴 수 있는 시기를 놓치기 때문에 남측의 회담 재개 요구에 응한 것으로 보인다.

②왜 회담응했나…핵위기 국제비난 타개목적

한반도의 핵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 북한이 남북회담에 전격 합의한 데 주목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핵 위기 고조의 책임이 북한에 쏠리고 있는 시점에 국제 여론 악화를 타개하기 위한 방책으로 남북대화를 택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고려대 북한학과 남성욱(南成旭) 교수는 “북한을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던 한국이 최근의 사태 악화에 따라 ‘한미일 공조’ 쪽으로 선회하는 모습을 보면서 북측이 결심을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③장관급 회담은…北 ‘정례화’수용할지 의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15일 “남북관계가 외부적 요인에 따라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제는 이 같은 일을 그만둘 때가 됐다”며 남북관계를 제도화, 정례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통일부의 고위 당국자도 “차관급 회담에서 비중 있는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는 만큼 이른 시일 안에 장관급 회담을 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장관급 회담 재개는 북한의 결단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④왜 출퇴근하나…北 심야협상 요구 차단用

정부가 16, 17일 양일간 회담을 제의했을 때는 1박 2일로 개성 자남산 여관에서 숙박하는 것을 염두에 두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측은 숙박시설 상황과 현지 사정 등을 설명하면서 ‘출퇴근 회담’ 방식을 선호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 당국자들은 반색하고 나섰다. 북한이 그동안의 회담에서 상투적으로 사용해 온 ‘올빼미 전술’이 부담스러웠던 차에 오히려 잘됐다는 것.

한 고위 당국자는 “과거 북측이 기선 제압을 위해 오전 3시건, 4시건 가리지 않고 전화를 걸어 ‘좀 보자’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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