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 제자 6000명 길러낸 김수연 훈장 ‘전통 팔순잔치’

  • 입력 2005년 5월 15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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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전북 김제시 성덕면 대덕리 학성강당에서 열린 화석 김수연 옹의 팔순잔치인 산수연. 김 옹은 ‘아는 것을 실천해야 한다’는 선비정신을 몸소 실천하며 사회 각계에 6000여 명의 제자를 배출했다. 김제=이동영 기자
15일 전북 김제시 성덕면 대덕리 학성강당에서 열린 화석 김수연 옹의 팔순잔치인 산수연. 김 옹은 ‘아는 것을 실천해야 한다’는 선비정신을 몸소 실천하며 사회 각계에 6000여 명의 제자를 배출했다. 김제=이동영 기자
대학(大學) 중용(中庸) 등 유교 경전의 한 구절씩이 담긴 쪽지 중 하나가 작은 통 속에서 꺼내져 제자 한 사람에게 전달됐다.

종이에는 중용의 수장(首章) 중 한 대목인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하늘이 명령하신 것을 성품이라 하고)…’이 적혀 있었다.

제자는 이내 눈을 감고 ‘수도지위교(修道之謂敎·도를 닦는 것을 이르러 가르침이라 한다)니라’는 대목을 시작으로 수장을 줄줄 외워 갔다.

스승은 “통(通·통과했다는 뜻)”이라고 화답했다.

‘스승의 날’인 15일 전북 김제시 성덕면 대덕리의 서당 학성강당(學聖講堂). 평생 ‘아는 것을 실천해야 한다’는 선비정신을 실천해 온 화석 김수연(和石 金洙連·80) 옹의 팔순잔치인 산수연(傘壽宴)이 열리고 있었다.

도포를 입고 유건을 쓴 제자들은 유가의 예복인 심의(深衣)를 입고 육양관(六陽冠)을 쓴 스승께 인사하는 상읍례(相揖禮)를 마치고 그간의 학업 성과를 평가받는 강회(講會)를 진행했다.

이날 산수연에는 사회 각계에서 활동 중인 김 옹의 제자 300여 명과 수련 중인 제자 40여 명, 지역 주민 등 600여 명이 함께했다.

김 옹은 잔칫상을 사양했으나 제자들이 산수연에 전통 방식의 강회와 상읍례를 재현하는 부분을 포함시키는 것으로 허락을 받아냈다. 이날 축의금은 받지 않았다.

강회에 이어 양반은 문무(文武)를 겸비해야 한다는 김 옹의 가르침에 따라 제자들은 태껸, 검술, 봉술 등의 시범을 보여 스승을 기쁘게 했다.

제자 총회장인 황금섭(64·삼환기업 근무) 씨는 “스승님은 지금도 오전 4시에 일어나 밤 10시까지 제자들을 가르치는 등 자기생활에 엄격하다”고 말했다. 10년째 수련 중인 박근(朴根·36) 씨는 “이치를 깨닫고 사람답게 사는 길을 배우려 스승님의 뒤를 따르고 있으나 어렵다”고 말했다.

김 옹은 1939년 보통학교를 마친 뒤 독학으로 영어와 중국어를 익혔으며 마르크스 사상에 심취했으나 그 비현실성을 깨닫고 1954년부터 김제에서 후학을 기르는 데 매진해 왔다.

김 옹은 조선이 망한 것은 시문(詩文)만을 숭상하고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지행’을 중요한 덕목으로 강조해 왔다.

김 옹은 “세상이 바쁘고 힘들게 변한다고 하지만 초하루에 가졌던 경건함을 그믐에도 실천하는 마음가짐으로 살면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 말 서암 김희진(瑞巖 金熙鎭) 선생의 제자로 기호학파의 명맥을 잇고 있는 김 옹이 그동안 배출한 제자는 6000여 명에 이른다.

김제=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김수연 선생 산수연 순서:

1.헌작(獻爵) 및 재배(再拜)

자손과 제자들이 술잔을 올리고 두 번 절하는 예(여성은 4번).

2.문식(文式·강회 상읍례)

무식(武式·태격시연)

문식은 제자들이 배운 학업 성취를 평가받는 절차.

무식은 태격(태껸과 동일한 용어)과 검술, 봉술, 부채술 등을 평가.

3.축하연

국악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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