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나성린]외곬

  • 입력 2005년 5월 15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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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골수란 무슨 일을 하든 외곬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외곬이란 한 곳으로만 통한 길을 의미하는데 외골수들은 한 가지 목표를 정하면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만 전념할 뿐 그 때문에 다른 것이 희생되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 참여정부의 많은 정책이 이런 외골수들에 의해 추진되고 있고, 그 때문에 우리 경제가 어려움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출범 초부터 참여정부는 개혁을 한다고 법석을 떨었는데 그 개혁의 목표란 것이 기득권층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재벌 부자 강남주민 검찰 관료 언론 등이 그 대상인데 그들은 수구 보수적이고 반칙을 일삼는, 대한민국을 망치는 주역이라는 것이다. 그들을 이른바 참신하고 진보적인 사람들로 대체했는데 이들이 나라의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보다도 자신들이 이미 기득권층이 되었음에도 이전의 기득권층을 약화시키는 데만 여전히 골몰하는 것 같아 걱정이다.

▷지난 2년여 동안 온갖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이 잡히지 않자 참여정부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최근엔 종합부동산세제를 비롯한 초강도의 부동산 투기 억제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인 교육평준화제도 등은 제쳐 두고 고액 재산가를 때려잡으려는, 세금에만 의존하는 외곬 정책으로 강남 집값을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참여정부는 출범 초부터 기존의 한미동맹을 훼손하면서 북한과 중국에 구애하며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주적 외교안보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중국의 비호를 받는 북한이 막가파식 핵 협박 전략을 구사하면서 북핵 위기는 참여정부 출범 초보다 더 위험한 국면에 와 있다. 외골수들의 외교안보정책이 한반도의 군사적 위기를 고조시키면서 모처럼 회복 조짐을 보이던 경제마저 위축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누군가를 증오하는 외골수적 사고로는 모두가 더불어 잘사는 선진국 진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젠 좀 더 폭넓은 사고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나성린 객원논설위원·한양대 교수·경제학 hwalin@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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