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 대통령 직무복귀때 약속 지켜졌나

  • 입력 2005년 5월 13일 21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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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노무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으로 직무에 복귀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당시 노 대통령은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탄핵사태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시인하고 “앞으로는 화합과 상생의 정치를 펴고,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유감스럽게도 이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대통령 업무 수행에 대한 여론조사 지지율이 20∼30%대에 머물고 있고, 지난달 재·보선에서 0 대 23의 완패를 당한 것이 그 증거다. 실사구시(實事求是)를 말하면서도 과거사 캐기가 여전히 국정의 우선 과제이고, ‘오일 게이트’에서 드러났듯이 측근 발호와 코드 인사의 폐해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헌재(憲裁)는 탄핵 기각 결정문에서 대통령에게 ‘법치국가의 실현’을 요구했으나 대통령은 헌재의 행정수도이전특별법 위헌 결정을 “헌재에 의한 국회 입법권의 무력화”라고 비판함으로써 “대통령이 사법 권위에 대한 불신을 조장했다”는 비난도 들어야 했다.

경제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시 대통령은 일부 세력이 “개혁을 저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경제위기를 확대하고 있다”고 했지만 당장 올 1분기 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게 한국은행의 전망이다. 반짝하던 소비심리도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외교 안보는 더 문제다. 대통령의 ‘협력적 자주국방론’과 ‘동북아 균형자론’으로 한미 동맹관계에 균열이 생겼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자주국방은 필요하지만 단기간에 쏟아부어야 할 엄청난 비용이 문제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앞으로 5년간의 재정운용 계획을 협의하면서 국방예산을 매년 9%씩 늘리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분권형 국정운영을 통해 대통령은 국가 전략과제에 치중하고 일상적인 업무는 국무총리에게 맡김으로써 집권 1년에 비해 대통령이 사회적 갈등의 중심에 서는 일이 줄어든 것은 긍정적이다. 해외 순방을 통해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인식을 바꾼 것도 고무적이다.

대통령은 상생과 경제·민생에 전념하겠다던 1년 전의 다짐을 되살려야 한다. 북한 핵문제를 비롯해 나라 안팎의 사정은 절박하다. 국리민복(國利民福)이 최고의 개혁이라는 마음으로 국정을 이끌기 바란다. 그래야 희망을 얘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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