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의 제자들 43년째 ‘思師曲’

  • 입력 2005년 5월 13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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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출신 제자들이 13일 경기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1963년 작고한 스승 서영채 교수의 가르침을 기리는 추모식을 열고 있다. 이들은 43년째 매년 추모식을 열어 서 교수의 깊은 제자 사랑을 되새기고 있다. 남양주=차준호 기자
중앙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출신 제자들이 13일 경기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1963년 작고한 스승 서영채 교수의 가르침을 기리는 추모식을 열고 있다. 이들은 43년째 매년 추모식을 열어 서 교수의 깊은 제자 사랑을 되새기고 있다. 남양주=차준호 기자
《학교에 있을 때도, 학교를 떠난 뒤에도 선생님의 사랑은 그치지 않는다. 오갈 데 없는 학생을 불러다 공부시키던 선생님을 그리며 43년째 스승의 묘소를 찾는 백발의 교수들, 정년퇴임을 하며 받은 돈으로 학생들에게 계속 장학금을 주는 교수 부부의 얘기가 스승의 날(15일)을 맞아 더욱 잔잔한 감동을 준다.》

“선생님. 저희 왔습니다. 1년이 참 길었습니다.”

13일 경춘가도에 위치한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월산리의 공원묘원인 모란공원.

백발의 노인들이 ‘남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신 사랑의 스승’이란 글이 새겨진 비석 앞에서 추모식을 열었다.

중앙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출신인 이들은 1963년 6월 23일 작고한 이 학과 서영채(徐英彩·여) 교수의 제자들.

고 서영채 교수

서 교수가 세상을 떠나고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스승의 가르침을 잊지 못하는 제자들은 43년째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추모식을 열어 왔다.

“제자들에게 한없는 사랑을 베푸셨던 선생님의 모습은 저희의 유전인자 속에 새겨져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1907년 대구에서 태어난 서 교수는 미국 휘턴대를 졸업하고 뉴욕대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1954년 귀국해 중앙대에서 교편을 잡은 서 교수는 서울 동작구 흑석3동에 사재를 털어 기숙사격인 육영학사(育英學舍)를 지었다. 생활형편이 어려워 지낼 곳이 없거나 학업을 중단할 위기에 처해 있는 제자들을 여기에 입소시켜 숙식을 함께 해결했다. 그는 평생 독신으로 지냈다.

중앙대 정재철(鄭在哲·74) 명예교수는 “선생님은 급여를 장학금으로 사용하느라 변변한 옷 한 벌 입지 못하셨다”고 회고했다.

추모식에 부인 아들 며느리를 데려온 한금택(韓今澤·63) 전 경기 부천남중 교장은 “선생님이 구멍 난 양말을 손수 기워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어머니의 애틋한 정을 느꼈다”며 “장학금이 끊겨 제자들이 학업을 중단할까봐 당시 한미(韓美)재단의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며 관계자들을 설득하던 모습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학문적으로도 큰 업적을 남겼다. 서 교수가 제자들과 함께 1956∼58년 여름방학 때 탄광촌 등 낙후지역을 돌며 계몽활동을 겸한 교육실태 조사를 벌인 뒤 발표한 보고서는 당시 우리 사회의 낙후된 교육 실정을 알리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날 추모식에는 제자 30여 명과 제자의 가족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제자들은 이날 서 교수가 평소 즐겨 부르던 ‘매기의 추억’을 합창하며 추모식을 마쳤다.

남양주=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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