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들은 사상전쟁중…보수-진보단체들 불매운동 무기로 입장요구

  • 입력 2005년 5월 13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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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공개한 차세대 X박스 게임 콘솔도 아니다. 점점 가열되고 있는 유럽연합(EU)과의 반독점 분쟁도 아니다. 요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대 관심사는 엉뚱하게도 각 주에서 제정 추진 중인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금지 법안이다.

MS 경영진은 최근 2주일간 이 법안을 놓고 반대와 지지의 입장을 오락가락하며 종교와 시민단체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업이 돈만 벌면 되는 시절은 끝났다. 이제는 기업이 사회적 논쟁에 참여해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최근호(12일)가 보도했다.

업계의 이 같은 분위기는 보수와 진보 진영 간 대립이 심화되고 있는 미국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비즈니스위크지는 “‘사상 전쟁(Cultural Wars)’이 미국 기업을 강타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동성애자 행사를 후원하고 동성애자 잡지에 광고를 내는 등 소수자 권익 보호에 앞장섰던 P&G와 크래프트는 최근 보수적 종교단체들과 전면전을 치르고 있다. 종교단체들이 동성애자 지지 입장을 철회하지 않으면 대대적인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는 압력을 넣고 있는 것. 지지 입장을 고수하라는 진보단체의 압력까지 받고 있는 P&G와 크래프트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최근 줄기세포 연구를 지지한다고 공식 선언한 제너럴일렉트릭(GE)도 종교단체 회원 1만여 명에게서 항의 편지를 받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종교단체들은 또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TV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에 광고하는 기업들에 이 드라마가 불건전하다는 이유로 광고를 중단하지 않으면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는 압력도 넣고 있다.

보수 진영보다는 덜하지만 진보단체들도 기업을 상대로 ‘사상전쟁’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원래 동성애자 차별금지 법안에 반대하던 MS가 최근 지지 입장으로 선회한 것도 진보단체들의 압력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업들은 경영 부진보다 ‘사상전쟁’이 더 두렵다고 호소한다. 논쟁에 휩쓸리게 되면 기업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될 뿐만 아니라 그 어느 쪽 입장을 택하든 반대 진영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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