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번쩍 번쩍 건물 조명… 눈 부시고 교통사고 위험

  • 입력 2005년 5월 13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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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하게 들어서 불쾌감을 유발하는 광고 조명도 ‘빛 공해’의 일종이다. 서울시내 한 유흥가 건물의 네온사인 조명. 사진 제공 필룩스 조명박물관
무분별하게 들어서 불쾌감을 유발하는 광고 조명도 ‘빛 공해’의 일종이다. 서울시내 한 유흥가 건물의 네온사인 조명. 사진 제공 필룩스 조명박물관
야간 쇼핑을 즐기는 회사원 강모(27·여) 씨는 밤에 서울 동대문 부근에 갈 때마다 눈이 아파 짜증이 난다.

강 씨는 “강한 조명을 받은 쇼핑몰 건물 외벽이 휘황찬란하게 빛나 바로 아래는 대낮보다 밝을 정도”라며 “벽을 똑바로 보면 자동차 전조등을 봤을 때처럼 눈앞이 뿌예진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찬우(30) 씨는 이곳에서 교통사고를 일으킬 뻔했다. 김 씨는 “운전하면서 무심코 옆을 봤는데 너무 강한 빛 때문에 눈이 부셔 2초 정도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이곳의 야간 조명은 얼마나 밝은 것일까.

2003년 경희대 채광조명시스템연구센터 김정태(金正泰) 교수팀이 이 일대 쇼핑 건물 3곳의 옥외조명을 조사한 결과 도로에 인접한 건물 표면의 휘도(輝度·빛을 발하는 정도)가 국제조명위원회 권장기준보다 2배 정도 높았다. 또 이 건물 주변 보행로의 조도(照度·밝은 정도)는 권장 값보다 2∼10배가량 높았다.

각 쇼핑몰이 건물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벽면에 아래에서 위로 비추는 상향 조명을 과다하게 설치한 결과 시민들에게 불쾌함을 유발하고 사고의 위험까지 일으키고 있는 것.

선진국에서는 ‘빛공해(light pollution)’라고 명명해 법으로 규제하고 있는 신종 도시공해의 일종이다. 지나치게 강한 빛을 발하는 상업시설 조명 외에도 △어지럽게 들어서 도시 미관을 해치는 광고 조명 △옥외 조명이 집안으로 들어와 수면을 방해하거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 △행인과 운전자의 눈을 부시게 하는 반사판과 조명 등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

야간 조명이 점점 화려해지면서 이처럼 ‘원치 않는 빛’을 규제하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조명업체인 ㈜필룩스 부설 조명박물관과 서울대병원 의학박물관은 다음 달 3일부터 ‘빛공해 사진전’을 갖는다. 이와 관련해 18일까지 일반인과 사진작가를 대상으로 빛공해 사진을 공모 중.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인터넷(www.feelux.com)으로도 응모가 가능하다.

서울시도 야간 조명에 대해 종합적인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시는 우선 올해 중으로 사대문 안 지역에 대한 종합적인 야간경관 계획을 세운다는 방침.

시 윤혁경(尹赫敬) 도시디자인과장은 “현재 기본 계획을 용역 중이며 네온사인 등 야간 조명의 크기나 밝기 색상을 조례로 규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태 교수는 “미국의 경우 100곳 이상의 도시가 빛공해를 막기 위해 옥외조명 조례를 제정했고 일본도 지자체별로 관련 조례를 갖추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조명 조례와 빛공해 대책 가이드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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