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사흘만 볼 수 있다면’

  • 입력 2005년 5월 13일 17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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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흘만 볼 수 있다면/헬렌 켈러 지음·이창식 박에스더 옮김/256쪽·9800원·산해

헬렌 켈러는 태어난 지 1년 반 만에 열병을 앓아 눈과 귀가 멀고 말도 할 수 없는 아이가 되었다. 그가 이 역경을 이겨내고 이미 세계적으로 알려져 가던 1933년 발표한 수필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은 경제공황기의 미국인들을 잔잔히 위로했던 글이다. 미국 월간지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이 글을 ‘20세기 최고의 수필’로 꼽았다.

“친구 하나는 숲 속을 한 시간 동안 거닐고도 ‘별 거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요. 나는 촉감만으로도 흥미로운 일을 수백 가지나 찾아낼 수 있는데 말입니다. 나는 오묘하게 균형을 이룬 나뭇잎의 생김새를 손끝으로 느낍니다.”

켈러는 “내일이면 귀가 안 들릴 사람처럼 새의 지저귐을 들어보라. 내일이면 냄새를 잃어버릴 사람처럼 꽃향기를 맡아보라”고 말한다.

켈러가 스물세 살 때 쓴 짧은 자서전인 ‘내가 살아온 이야기’도 함께 실려 있다. 마크 트웨인은 “천년 후에도 켈러는 사람들 기억에 살아있으리라”고 예언했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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