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바람아, 사람이 그냥 갈 수 없잖아’

  • 입력 2005년 5월 13일 16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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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아, 사람이 그냥 갈 수 없잖아/사석원 글·그림/236쪽·1만2500원·푸른숲

풍경 1. 새시로 된 미닫이문을 열자 모든 이의 눈길이 한데 쏠린다. 두 테이블만 들어차도 터질 듯이 비좁은 공간. 화장실은 너무 좁아 들어가지 못한 채 문만 열고 일을 보아야 한다. 금방 들어온 문학 지망생이 앉아 있던 소설가에게 반갑게 인사를 한다. 적당히 흥이 오르자 저마다 노래를 한가락 하겠다고 청한다.

풍경 2. 연탄불 화덕에 석쇠를 올려놓고 돼지껍질을 굽는다. ‘그만’을 외쳐도 자꾸자꾸 가위로 잘라준다. 1500원이면 배가 부르고도 넘친다. 허름한 차림의 손님이 오늘도 일감을 못 잡았다며 아내와 전화를 한다. 젊은 일용 노동자와 가난한 예술가들이 한데 앉아 ‘목구멍 먼지’를 씻어낸다. 누군가가 중얼거린다. ‘사람 사는 곳이다.’

‘한량’을 자처하는 화가 사석원이 전국의 대폿집을 발로 누벼 글을 쓰고 46점의 그림을 곁들인 기행 수상록. 굽이굽이 휘어진 길들을 따라, 술을 찾아 헤맨 지난 시간들이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게 마신 술과 만난 사람들이 내게 인생을 가르쳐주었다. 삶은 이렇게 사는 것이라고, 그리고 세상은 따뜻한 곳이라고.”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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