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몽당연필 모으는 남자’

  • 입력 2005년 5월 13일 16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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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당연필 모으는 남자/앙리 퀴에코 지음/샘터·208쪽·8500원

노트북, 애인, 자동차, 운동화…. 의미 없는 객체의 나열이다. 하지만 단어들 앞에 ‘나의(My)’라는 단어를 붙이면 상황이 달라진다. 내 노트북, 내 애인, 내 자동차 등 내 것이란 의미가 생기면 사물에 감정이 이입된다.

이 책은 주변에 있는 작고 사소한 물건에서 삶의 소소한 의미를 끄집어낸다. 프랑스인 화가인 저자는 몽당연필, 체리 꼭지, 복숭아 씨, 초콜릿 껍질, 스펀지, 낡은 구두를 수집한다. 그는 물건을 버리는 것은 자기 자신을 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여긴다.

남들이 하찮다고 생각하는 것을 모으는 이유는 이 모든 것들에 자신의 삶이 투영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헌 구두를 일기장으로 삼는다. 헌 구두를 보관하다 꺼내 보면 그 구두를 언제 샀는지 알게 되고 구두를 신었을 때 일어났던 일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난다는 것이다.

싹을 키우느라 쪼그라든 감자를 보며 자식을 위해 일생을 헌신하고 노인이 된 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리는 저자의 감수성은 독자에게 담백하게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한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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