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10대 자녀의 판단을 믿어주세요

  • 입력 2005년 5월 13일 16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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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상담을 하다 보면 가정의 달 5월은 오히려 ‘갈등의 달’같이 여겨진다. 중간고사가 끝나면서 그간 쌓였던 갈등이 비로소 불거지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마뜩찮은 성적과 점점 느슨해지는 생활태도, 부모의 잔소리는 날로 심해지고 아이의 불만도 높아만 간다. 애증(愛憎)이 얽힐 대로 얽힌 부모와 자녀 관계, 과연 합리적인 해법은 없을까.

‘열 받지 않고 10대 자녀와 싸우는 법’(글담)은 제목 그대로의 지침을 부모에게 준다. 부모의 관심과 아이의 성장이 꼭 비례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내가 도와줄게”라는 자세보다는 “엄마도 잘 모르겠구나”라는 말이 더 효과적이다.

부모는 미숙한 자녀에게 도움을 준다는 이유로 옷차림에서부터 친구관계까지 시시콜콜 의견을 내세우기 쉽다. 그러나 부모의 역할이 생선을 미끼로 물개를 훈련시키는 조련사같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녀의 성장 과정에서 부모의 비중은 점점 작아지는 게 바람직하다. 저자인 L F 트레이시는 10대의 예민한 자존심을 인정하고 그들의 판단을 믿어주라고 권한다.

‘부모와 자녀가 꼭 알아야 할 대화법 자녀편’(나무생각)은 10대들을 위한 ‘실전 부모 대화 매뉴얼’로 권할 만한 책이다. 대화전문가인 이정숙 씨는 학생들에게 반항하지 말고 표현하라고 충고한다. 예컨대 형제들과 자신을 차별하는 어머니의 태도 때문에 화가 난다면 문을 쾅 닫거나 하는 식의 표현보다는 자신의 느낌을 조리 있게 정리하여 말씀드리는 게 효과적이다.

10대들은 거절당하거나 문제가 더 꼬일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고민을 부모에게 잘 드러내지 못한다. 그러나 병은 자랑해야 낫는 법이다. 이 책에는 ‘내 말을 무시할 때’, ‘내 친구를 인정해 주지 않을 때’ 등 상황별로 부모와 대화를 풀어가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자아를 되찾은 아이 딥스’(샘터사)는 자녀 교육에 많은 시사점을 주는 고전이다. 자폐아에 가까운 딥스를 천재 소년으로 변화시킨 것은 부모의 높은 기대도, 물질적인 지원도 아니었다. 딥스의 성장은 마음을 열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데서 시작되었다. 돌아가는 길이 제일 빠른 길일 수 있다. 부모와 자녀의 갈등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려는 일이 아닐까.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 학교도서관 총괄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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