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性的정화’를 아시나요…남편 죽으면 친척과 성관계

  • 입력 2005년 5월 12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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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아프리카 말라위의 음친지 지역에서 자동차 사고로 사망한 제임스 음베웨 씨가 땅속에 묻힌 지 1시간 정도 지난 무렵. 남편의 죽음을 슬퍼하고 조문객을 맞아야 할 법한 그의 아내 패니(23) 씨가 보이지 않았다.

패니 씨는 그 시간에 언니 집에 숨어 있었다. 남편의 친척들이 자신을 찾아내지 못하기만을 바라면서…. 그러나 그런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언니 집에 들이닥친 남편의 친척들은 그녀가 ‘주술 의식’을 거부하면 마을 사람들이 모두 죽어나갈 것이라고 협박했다. 두 아이를 내보낸 그녀는 결국 남편의 사촌과 성관계를 가졌다. 패니 씨는 “남편을 기억하면서 울부짖었다”며 “관계가 끝난 뒤 에이즈에 걸릴까봐 두려워 몸을 씻었다”고 말했다.

남편의 장례식을 치른 아내가 남편의 친척과 성관계를 맺음으로써 죽은 이의 혼령을 쫓아낸다는 이른바 ‘성적 정화(精化)’ 풍습은 아프리카에 널리 퍼진 악습의 하나.

그러나 말라위, 잠비아, 케냐 등에서 이런 악습을 없애려는 노력이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1일 보도했다. 사하라 남부에서 무섭게 퍼지고 있는 에이즈 때문이다.

지난해에만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인구 2500만 명 가운데 230만 명이 에이즈로 숨졌다.

레비 무아나와사 잠비아 대통령은 2000년 국민 10명 중 2명이 에이즈 보균자라는 통계를 접한 뒤 ‘성적 정화’ 풍습을 척결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척결 속도는 느리기만 하다. 잠비아 은당가 지역의 한 추장은 “에이즈로 죽을 수도 있지만 대대로 이어온 풍습을 버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혼령들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콘돔 사용조차 피하는 실정이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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