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안휘준 “국보-보물 등급 올바른지 점검할 계획”

  • 입력 2005년 5월 12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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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직처럼 그저 자리나 지키는 거라면 애초부터 맡지도 않았을 겁니다.”

새 문화재위원장으로 선출된 안휘준(安輝濬·65·사진)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이번이 임기 2년의 문화재위원을 11번째, 20년 넘게 해온 최장수 문화재위원이다. 그런 만큼 문화재정책 전반을 꿰뚫고 있고 의욕도 넘친다. 특히 그는 전체 위원들의 투표로 뽑힌 첫 직선 위원장이다. 그는 연장자를 위원장으로 선출하는 관행을 보고 위원장을 직선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재위원 선정 과정의 잡음을 없애기 위해 전문가들의 업적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선정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제안했고, 회의 때만 모이는 문화재위원회에서 탈피해 적극적인 활동이 가능하도록 사무실을 마련해주도록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과 유홍준(兪弘濬) 문화재청장과의 인연은 누구보다 각별하다. 안 위원장은 유 청장의 고교(서울 중동고) 선배인데다, 홍익대 교수 시절 유 청장의 석사학위 논문 지도교수이기도 했다. 그는 “유 청장은 두뇌 빠르고 판단력 예리하고 구변도 좋다”면서 “다만 구설수에 올라 트집 잡히지 않도록 평소 입 조심하라고 간곡하게 당부했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문화재정책 개혁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도 하나하나 쏟아냈다. 무엇보다 문화재 수집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꼽았다. 그는 “선진국에선 문화재에 관심을 갖고 수집하는 사람이 우리말로 진짜 양반 대접을 받고, 정부도 공공기관에 문화재를 기증하면 세금을 공제해준다”며 “부동산 투기처럼 여기고 숨기려만 드는 풍토는 고쳐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잘못 지정됐거나 등급이 올바르지 않은 국보 보물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지정 당시는 가장 새롭고 훌륭한 것일 수 있지만 그 뒤에 더 나은 작품이 발견됐다면 이를 변경해야 한다”며 “남대문이 왜 국보 1호인지에 대해 과연 누가 자신있게 답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내년 2월 서울대 교수직을 정년퇴직하는 그는 “정년 이후가 오히려 기대된다”며 “점퍼 입고 운동화 신고 교통카드 충전해 가고 싶은 데 맘껏 돌아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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