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놀이같은 레슨 피아노가 재밌어요

  • 입력 2005년 5월 12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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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도 사이는 반음이니까 선생님은 들어올 수 없어요” 송지혜 한국피아노교수법연구소장과 초등학교 저학년생 8명이 온몸으로 피아노 음계를 익히고 있다. 권주훈 기자
“시와 도 사이는 반음이니까 선생님은 들어올 수 없어요” 송지혜 한국피아노교수법연구소장과 초등학교 저학년생 8명이 온몸으로 피아노 음계를 익히고 있다. 권주훈 기자
서울 마포구 합정동 한 피아노학원. 초등학교 저학년생 8명이 송지혜 씨(한국피아노교수법연구소장)와 스케일(음계) 공부를 하고 있다. 딱딱한 피아노 의자에 앉아 죽도록 ‘딩동딩동’하며 손가락 번호를 외우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은 피아노 건반 목걸이를 걸고 음계를 만들어보고 있었다.

“미파와 시도 사이에 선생님은 들어올 수 없어요. 반음이잖아요.”

아이들은 미파와 시도 사이에 송 소장이 들어가려고 할 때마다 어깨를 붙이며 송 소장을 밀쳐낸다. 송 소장이 검은색 건반인 셈이다.


손을 잡고 있던 아이들은 다른 온음 사이에 송 소장이 끼어들려고 하자 순순히 손을 풀고 송 소장을 들어오게 한다. 선생님을 밀치거나 끼워준다는 생각만으로 아이들 표정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 ‘바이엘’ ‘체르니’ 시대 지났어요

아이들은 대부분 여섯 살 무렵 피아노에 관심을 보인다. 초등 3학년 김소현 양(9)은 유치원 때 피아노를 배우다 석 달 만에 학원을 그만 두었다. 선생님이 자꾸 손등을 때린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러한 고비를 넘기더라도 많은 아이들이 3년 치고 나면 ‘피아노 그만 치게 해 달라’고 조르기 시작한다. 김 양의 친구 박예미 양은 “매일매일 복습만 시키는 피아노학원이 지긋지긋하다”며 “학원선생님은 연습 안 해 왔다고 야단치고, 엄마는 학원 빼먹는다고 꾸중한다”고 말했다. ‘체르니’ 몇 번 친다는 식의 획일적 피아노 교수법에 아이들이 물리기 때문이다.

송 소장은 “바이엘이나 체르니 같은 교재를 놓고 반복만 하는 피아노 교육의 시대는 지났다”며 “우선 재미있어야 아이들이 집중한다”고 주장한다.

이 연구소에 다니는 초등 2학년생 박지은 양(8)은 “그 많고 어려운 스케일을 외우려면 머리가 아플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선생님이 재미있게 가르쳐주니 금방 외웠다”고 말했다.

(사진 1)손가락을 구부린 상태에서 구부러진 부분에 천으로 된 반창고를 잘라 감아주면, 연습할 때마다 힘도 생기고 그 부분에 신경이 쓰여 손마디가 휘어지는 게 방지된다. (사진 2)도구를 사용해 손끝의 힘을 의도적으로 길러주는 것도 효과적.놋그릇은 무거워 힘을 기르기에 좋다.그릇을 엎어놓고 손아귀로 잡는다.손끝으로만 그릇을 잡아야 손끝의 힘이 길러진다. 사진제공 한국피아노교수법연구소

○ 피아노 교수법 배운 선생님 필요해요

한국피아노교수법연구소에 따르면 음악학원 중 피아노학원이 80%. 그러나 피아노 학원강사나 개인레슨교사나 피아노 교수법을 배운 적이 없다. 대학에서는 피아노 교사를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연주자를 키우는 커리큘럼을 갖고 있기 때문.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이 연구소에서 연수중인 유승희 씨(27)는 “연주자는 한 학년에 한두 명 나오지만 모든 학생들이 연주를 위해 피아노를 배울 뿐 피아노를 가르치기 위해 교육 받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송 소장은 “음대생 본인은 잘 치지만 아이들을 잘 가르치지는 못한다”며 “그래서 본인이 배운 대로 가르치기 때문에 아이들도 지겨워하고 가르치는 사람도 힘든 것”이라고 진단했다.

송 소장은 “인체의 구조나 움직임을 알고 해부학과 생리학의 원리로 가르치면 많은 연습이 필요 없고 가르치기도 쉽다”고 조언했다.

○ 감수성 높여주는 레슨 많아요

최근 음악계와 음악교육업체들에서는 음악을 즐기면서 가르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조금씩 다른 교육과정을 갖고 있지만 음감을 키우고 피아노뿐 아니라 다른 악기와도 친해질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들이다.

달크로즈 교수법은 스위스 작곡가인 달크로즈에 의해 만들어진 ‘유리드믹스’라는 독특한 음악교육법. 음악을 듣고 몸으로 표현하는 활동을 통해 음악적 감수성과 이해력를 키운다.

킨더뮤직 교수법도 음악과 동작을 결합한 교육법.

음악교육업체 ‘피아노스타’는 놀이를 겸한 통합교육 프로그램으로 1대1 레슨을 한다.

일본에서 시작된 야마하음악교실은 그룹레슨의 형식을 통해 그룹 안에서 다양한 소리를 듣고 연주하고 즐기면서 음악을 익히는 독특한 교육방식을 도입했다.

피아노를 전공한 박명숙 강남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하루아침에 아이를 연주자로 키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음악과 평생 친구가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어디서 재미있게 배우나요
기관 또는 개인사이트특징
한국피아노교수법연구소www.kipp.or.kr송지혜 씨가 설립한 연구소. 교수법 세미나안내, 동영상 강좌
달크로즈 유리드믹스www.eurhy.com숙명여대 사회교육대학원에서 교수법 강의
한국달크로즈협회www.dalcroze.co.kr달크로즈 교수법 연구 및 보급
킨더뮤직www.kindermusik.co.kr영유아를 위한 음악교육 프로그램 보급
오디www.audie.co.kr유아음악 감수성 계발 프로그램 보급
피아노스타www.pianostar.net지휘자 정명훈 씨가 교육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한 피아노 방문교육업체
현지네 음악이야기 piano8433.ivyro.net울산에서 피아노를 공부하고 있는 현지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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