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硏 보고서 “이런 기업은 위험하다”

  • 입력 2005년 5월 12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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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니와 미국 GM 등 초일류 기업들이 최근 고전하고 있다. 한창 잘 나가던 기업이 쇠퇴할 때 보이는 공통적인 모습이 있을까.

LG경제연구원이 12일 내놓은 ‘기업 쇠퇴의 6가지 징후’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이 쇠퇴할 때 나타나는 첫 번째 증상은 현재의 성공에 안주해 자만에 빠지는 것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GM. GM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정상화를 기대했지만 SUV 시장은 이미 정체 상태에 빠진 후였다. 소비자의 변화에 무관심한 채 기업 입맛대로 시장을 해석하다가 현대자동차나 일본 도요타자동차에 밀렸다는 분석이다.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부서 간 장벽이 높아지는 증상도 나타난다. ‘부서 이기주의’ 때문에 협조가 안 되는 것이다.

소니는 지나친 분권화 때문에 비슷한 제품이 동시에 여러 부서에서 나올 정도로 협력 체제가 약화됐다.

겉으로 보여 주기 위한 행태가 나타나기도 한다. 미국의 유통업체 K마트는 인공위성 연계 판매시점정보관리(POS)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겉으로는 그럴듯해도 내실은 전혀 없는 제도였다는 것이다.

‘남들 하는 만큼만 하자’는 식의 적당주의와 보신주의도 생긴다. 문제가 발생해도 아무도 나서지 않고 오히려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핑퐁 게임’이 발생하거나 문제를 아예 묻어 두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분식 회계로 파산한 미국 엔론은 수많은 내부 관계자들이 문제를 알고 있었지만 누구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

또 기업의 위기 전에는 신호가 있기 마련인데 경영진은 이를 너무 늦게 발견한다.

미국 파이어스톤은 몇 차례 자동차 사고로 타이어의 결함을 알 수 있었지만 뒤늦게 리콜에 나서면서 천문학적인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이 밖에 회사가 망할 조짐이 있으면 가장 먼저 우수 인재들이 빠져 나가기 시작한다.

이 보고서는 “기업은 이런 증상이 미약하기 때문에 쉽게 느끼지 못하거나 적당히 무시하기 쉽다”며 “물의 온도를 조금씩 올리면 아무런 느낌 없이 죽는 ‘삶아지는 개구리’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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