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세계1위 유니더스가 밝힌‘Mr.콘돔’진실게임

  • 입력 2005년 5월 12일 15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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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증평군 증평읍의 ‘유니더스’사. 바로 ‘콘돔의 왕국’이다.

콘돔과 의류용 장갑 등을 생산하는 이곳에서는 하루 230만 개의

콘돔이 태어난다. 이 회사의 연간 생산량은 6억3000만 개에 이르고,5월 말부터 중국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11억5000만 개로 세계 1위에 오른다.

콘돔은 3000여 년을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역사가 오래됐다.그러나 아직도 그 이름을 공개리에 부르기에는 쉽지 않다.

가칭 ‘Mr. 콘돔’과의 대화를 통해 그에 관한 A부터 Z까지 알아본다.》

○ 질병 예방 vs 성 상품화 입씨름

―‘철길 옆에서 아이가 많이 생긴다’는 속설처럼 불경기에 오히려 인기가 높다는 데….

“그냥 하는 소리다. 하지만 나만큼 경제 사정에 영향을 받지 않는 존재도 드물다. 그 어렵다던 외환위기 때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

―자기 소개를 한다면….

“기원전 1000년 이집트인이 나를 탄생시킨 흔적이 있다. 로마인들은 염소 방광으로, 중국인들은 기름 바른 실크로 만들기도 했다. 조금 더 확실한 ‘나의 아버지’는 영국 찰스 2세(1630∼1685)의 궁정 의사였던 콘돈 박사다. 박사는 어린 양의 맹장으로 나를 만들었다. 하지만 양 한 마리로 몇 개 만들지 못해 다시 씻어서 쓰니 위생 상태는 엉망이었다. 웃자고 하는 얘기지만 1930년대 일본군에서 사용한 콘돔 가운데 육군용의 이름은 ‘돌격 앞으로’였다.”

―‘전설적인 플레이보이’ 카사노바도 친구였다는데….

“맞다. 그는 나를 ‘영국 외투’라고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는 두껍고 질긴 고무였고, 1950년대 현재의 라텍스 제품이 나왔다. 지금의 나? 키는 제일 작은 친구가 18cm, 피부 두께 0.03mm 정도로 날렵하게 잘 빠졌다. 흰색이 많지만 요즘에는 빨강 노랑 파랑 검정 등으로 색깔이 다양해졌고 돌출 굴곡 링 복합형 등 다양한 몸매를 자랑한다. 향기나 맛이 있는 친구도 있다.”

―당신을 둘러싼 오랜 논쟁이 있다. 여성해방과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등 질병 예방의 공신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성(性)의 상품화와 생명 경시를 초래한다는 비판도 있다.

“미국의 한 환경기구는 나를 ‘지구를 살리는 7가지 불가사의한 존재’의 하나로 평가했다. 한마디로 내 ‘인생’은 투쟁의 역사다. 이 회사 이름 ‘유니더스(You Need Us를 줄인 것)’처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가서 봉사하고 있다.”

○ “더 오래” 기능성 ‘롱 러브’ 밤의 황제로

유니더스사의 충북 증평군 증평읍 공장에서 여사원이 콘돔 품질검사를 하고 있다. 강병기 기자

―지난해 로마 교황청이 발행하는 주간지는 라텍스 고무로는 정자보다 작은 에이즈 바이러스를 막을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무슨 소리냐.”

그의 목소리가 커졌다. 직접 눈으로 보라는 듯 생산 현장을 보여줬다. 라인마다 콘돔 모양을 만드는 유리봉이 3300개나 달려 있고 15분이면 콘돔이 뚝딱 탄생한다. 빨간색 포장은 포르투갈, 파란색은 프랑스와 미국의 원조기구로 수출된다. 이 회사 제품들은 세계보건기구(WHO), 유엔인구기금(UNFPA)이 주관하는 국제 입찰 시장의 30%를 점유하는 등 세계 50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만드는 과정보다 핀 홀(구멍) 검사가 더 중요하다. 300cc의 물을 주입해 전기가 통하는가를 살피는 전극 검사와 15L 이상의 공기를 주입하는 풍량압 검사, 70도에서 이뤄지는 열 테스트로 성능을 시험한다. 기준에 못 미치는 ‘놈’은 그 자리에서 제거된다.

그와 함께 공장을 안내한 이 회사 최상운(55) 부사장은 “콘돔은 제대로만 사용하면 피임은 물론 에이즈 등 질병에 대한 예방 효과는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30여 년간 신앙과 직업 사이에서 마음고생을 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출시된 국소 마취제 성분의 ‘롱 러브(Long Love)’는 프랑스 유력지 르몽드가 1면에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각종 기능성 콘돔이 향락을 위한 도구라는 비판도 있다.

“달리기 선수가 100m를 달려야 하는데 20, 30m에서 푹 쓰러지면 얼마나 괴롭겠나. 얼마나 많은 남성들이 이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지 알고 있는가. 롱 러브는 사랑할 때 일찍 ‘죽는’ 남성을 도와주는 효과가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도 효과를 인정했다. 나는 선악(善惡)을 지닌 존재가 아니다. 인간이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문제다.”

―당신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그동안 수많은 ‘도전’이 있었다. 피임 효과가 있는 주사제나 경구피임제가 유행하기도 했다. 심지어 혀에 닿기만 해도 효과가 있다는 제품도 나왔다. 하지만 바로 없어질 것 같은 분위기에서도 나는 살아왔다. 나의 장점은 안전하고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롱 러브’를 받을 것이다.”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성(性)에 대한 이중적인 잣대가 싫다. 중국에 가면 백화점 1층이나 약국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내가 있다. 반면 한국은 백화점에서는 판매도 못하고 약국에서도 한쪽 구석에 있다.”

○ 한국인 사용비율 12%… OECD 수준의 절반

―지나친 욕심 아닌가.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이 2003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나를 ‘매번 사용한다’는 비율이 11.9%였다. 2002년(9.7%)과 비교하면 늘었지만 20∼25%에 이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나를 쓰지 않아 생기는 고통과 사회적 비용도 적지 않다. 중국은 5% 수준이다. 나는 아직도 할 일이 많다.”

Mr. 콘돔이 소개하는 일화도 있다. 대개 이 회사 직원들은 입사 초기 “무슨 일 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얼버무리거나 “장갑 만든다”고 대답한다. 그러다 그와 친해지면 콘돔 공장에 다닌다고 떳떳하게 밝힌다는 것이다.

품질검사장에서 만난 이경미(26) 씨는 “처음에는 지렁이나 송충이 보듯 했지만 지금은 콘돔이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콘돔은 여성을 보호하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혼 여성의 지원사격에 Mr. 콘돔은 더욱 의기양양한 모습이다. 인류 문명에 끼친 그의 영향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하지만 그가 어떤 이유에서 태어났든 인간과 소통을 계속 하리라는 것은 변함이 없을 듯하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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