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은 色이다]아이들 그림을 자세히 보면 정서가 그려 있어요

  • 입력 2005년 5월 12일 15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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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 색을 통해 감각을 체득하고 정서를 함양한다.

그래서 어린이들의 그림에서 나타나는 색은 감정을 엿볼 수 있는 단서가 된다. 통상 어릴 때는 따뜻한 색에, 점차 나이가 들면서 차가운 색에 끌리는 경향이 있다. 통계에 따르면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색은 빨강 파랑 초록 자주 주황 노랑색 순이다.

어린이는 은연중 마음에 드는 색을 사용하면서 기쁨을 누린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사와 부모는 나무색, 병아리색, 땅색처럼 고정색을 강요하곤 한다. 또 어떤 색은 좋고 어떤 색은 나쁘다는 식의 색채 교육은 어린이에게 스트레스를 안길 수 있다.

유명 화가의 그림에서 보듯 사물의 색을 그대로 재현하는 게 반드시 좋은 그림은 아니다. 어린이의 그림을 색채 놀이의 영역으로 이해하면서 상상력을 보장해 줘야 한다. 색을 마음대로 즐기는 행동은 억압된 감정을 해소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 중 감성과 쾌감을 관장하는 우뇌는 본능적으로 행복한 느낌을 주는 색에 손길이 가도록 한다. 그림을 그리는 놀이는 쾌감 중추를 자극하는 색으로 인해 해방감을 만끽하도록 돕는다.

어린이가 선택하고 표현하는 색은 감정의 에너지가 전달되는 상징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색칠하는 동안 숨은 감정이 드러나고, 욕망도 발산되면서 색은 훌륭한 안정제 역할을 한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능력을 키워주므로 그림 도구를 어린이 곁에 가까이 두는 것이 좋다.

한두 가지 색을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어린이는 자기 굴레에 갇힌 상태이거나 슬픈 감정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또 여러 색을 풍부하게 사용할수록 밝고 명랑한 성격일 가능성이 높다. 어린이들은 인물을 표현할 때 자기를 편안하게 감싸는 사람은 부드러운 색으로, 위압적이거나 거리감을 주는 사람은 어둡고 강한 색으로 그린다.

검정을 많이 사용하는 어린이는 부모의 완고함에 억눌린 상태이거나 감정의 억압이 심한 경우로 해석할 수 있다. 남의 입장을 배려하는 무난한 성격을 가진 어린이는 초록색을 좋아한다. 타인에게 의존성이 강한 어린이는 유아적 성향을 띠는 노랑색을 즐기고, 평온한 상태를 원하는 어린이는 회색을 즐긴다.

부모와 교사는 어린이가 표현하는 색을 관찰하면서 심리 상태를 살피고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성기혁 경복대 산업디자인과 교수 khsung@kyungb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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