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엔케이>황장엽 기고문(요약)

  • 입력 2005년 5월 12일 12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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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문제의 해결에서는 외교적 방법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북한문제를 전쟁으로 해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북한을 전쟁으로 굴복시키는 것은 지금까지 북한이 준비해 온 군사적 능력을 볼 때 대단히 어렵다. 또 북한을 잿더미로 만들어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전쟁에서 이기고도 도덕적으로 는 패배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무력은 북한이 무력을 쓰지 못하도록 견제를 하기 위해 혹은 김정일 정권이 무력도발로 발악을 해올 때 쓰는 견제용일 뿐이다. 실제로 무력을 쓰지 않고도, 무력을 쓰는 비용의 절반만 쓴다면 북한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지금의 북한독재정권은 군사독재정권이다. 김정일은 국가원수의 칭호를 ‘국방위원장’으로 고치고, 지도이념도 선군사상으로 바꾸었으며, 인민은 굶겨죽이면서 핵무기를 만들고 있다. 김정일은 “사탕 없이는 살 수 있어도 총알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하는데, 무력을 공격수단 이전에 ‘생존수단’으로 삼는 것이야말로 독재의 마지막 단계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김정일 독재집단은 후방이 없는 군대와 같다.

현재 김정일 독재집단의 강점은 군사력이고, 약점은 후방에, 즉 열악한 경제와 문화에 있다. 군국주의의 치명적 약점은 후방이 약한 것이다. 무력에 비해 후방이 약하다는 것은 몸은 약한데 손에 든 무기만 크고 무겁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북한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접근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북한의 명줄을 쥐고 있는 중국을 북한으로부터 떼어내는 일이다. 북한은 많은 양의 식량과 원유를 비롯한 전략물자와 생산기자재를 공식으로나 비공식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 지원보다도 비할 바 없이 더 큰 것은 정치적 지원이다. 중국이 동맹국가로서 북한의 존재를 변함없이 인정하고 북한의 국제적 지위와 이해관계를 확고히 지지해준다는 것은 북한의 생명선이 확고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6․25 전쟁 때부터 생사운명을 같이 하며 중국과의 동맹의 위력을 체험하여 온 북한 사람들에게는 중국이야말로 자기들의 불패의 후방이며 중국과의 동맹이야말로 자기들의 생명선이라는 인식이 완전히 신념화되어 있다. 중국과의 동맹의 파탄은 곧 북한을 뿌리와 단절된 나무 신세로 만드는 것이며 북한체제에 대한 사망선고로 된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 사람들은 북한도 개혁개방할 것을 절실히 요구했다. 그들은 함께 개혁개방을 해나가면서 양국의 동맹을 강화하여 자본주의 세계와 대립하면서 사회주의를 끝까지 건설해나가자고 권유했다.

그러나 김정일은 개혁개방은 곧 자기 자신의 지위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5년 동안 이룩한 중국의 천지개벽의 변화를 눈앞에서 보고 있지만 김정일은 중국의 개혁개방 요구를 결코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금 중국의 간부들은 모두 이러한 독재자 김정일을 싫어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중국의 입장에서 김정일 정권이 사라진다는 것은 미국의 세력이 압록강까지 들어오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은 어쩔 수 없이 김정일 정권을 그대로 두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중국은 핵무기 문제와 관련하여 북한에 군사적 압력이나 경제적 제제를 가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다. 중국은 6자 회담에서든 유엔안보리에서든 북한에 대한 압력이나 제재를 동일하게 반대할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이라크 전쟁의 목적이 마치 이라크의 석유자원을 미국이 독점하려는 데 있는 것처럼 분석하고 있다. 일부 미국 사람들까지도 그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고방식은 세계의 민주화 시대와는 인연이 없는 낡은 사고방식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지난 시기 미국은 소련을 군사적으로 포위하는 전략을 실시했다. 그것은 미국을 방어하는 데 필요했다고 볼 수 있으며 냉전 시기는 아직 세계 민주화 시기 이전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 문제 해결에서 미국은 국가적인 경제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익이란 있을 수 없다. 북한의 김정일이 아무리 무모하다 해도 미국을 공격하는 모험을 감행하지는 않을 것이며, 북한에는 미국이 탐할만한 아무런 자원도 없다.

북한문제는 미국과 중국간의 협상을 통해서 해결될 수 있다. 미국 외교관들은 아직 중국을 중재자의 위치에 놓고 외교활동을 벌이고 있다. 심지어 북한과 직접 협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까지 나오고 있으며, 북한을 6자회담에 끌어내기 위하여 애쓰고 있는 졸렬한 태도까지 보이고 있다.

또 핵무기 문제만 해결되면 북한체제 보장을 약속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하고 있다. 이런 주장들은 세계 민주화의 입장과 배치되며, 대의명분을 세우는 데서도 애매하다. 또 사람들을 설득할 수도 없는 비원칙적이며 비합리적인 주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첫째, 미국은 중국에 북한 문제를 세계민주화의 일환으로서 해결하려고 한다는 자기의 공명정대한 목적을 제기하여야 한다.

김정일 정권도 개혁개방으로 나가면 잘 살게 된다는 것을 알고는 있으며, 또 생동한 모범을 직접 목격하면서도 중국식 개혁개방을 20여년 간 거부하는 근본 이유는 오로지 자기의 수령절대주의적 지위를 유지하려는 이기주의로부터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개인이기주의에 기초한 반인민적인 범죄 집단이 핵무기를 소유하는 것은 세계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되기 때문에 절대로 허용할 수 없으며, 북한 핵문제 해결은 오직 수령절대주의 독재의 철폐와 중국식 개혁개방밖에 다른 길이 없다는 것을 뚜렷이 밝힐 필요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하여 우물쭈물 그 무슨 외교적 술책을 쓸 필요가 없다.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어야 할 명분을 뚜렷이 말하고, 이 문제와 관련하여 중국이 적극 협력하여 자기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강하게 추궁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미국은 북한이 중국식으로 개혁개방하는 것 외에 다른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뚜렷이 밝히고 약속해야 한다.

셋째, 이러한 조건을 제기하고 그것을 담보할 수 있는 확고한 대책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북한과의 동맹관계를 계속 유지하면서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유도하기 위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북한과 같은 입장에서 세계민주화를 반대하는 것으로서 세계 민주주의 역량의 반격을 면할 수 없다는 점을 강하게 제기해야 한다.

중국이 반대할 경우에 미국은 대만의 독립 문제와 티베트의 독립 문제를 지지할 것이며 대만의 핵무장, 일본의 핵무장도 지지할 것이고, 통상관계에서나 기술협력 문제에서도 우호적인 정책을 실시할 수 없다는 것을 통고하고 그대로 집행해야 한다. 중국은 말로써 이해시킬 수 없고 오직 실천적으로만 설득시킬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중국이 김정일 집단과 동맹관계를 끊고 북한을 개혁개방하기 위하여 미국과 협조하리라는 것은 의심할 바 없다.

일부 잘못 생각하는 사람들은 만약 이렇게 되면 북한이 중국에 귀속될 것처럼 우려하지만, 절대 그런 걱정은 없다. 우선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토적 야심이 전혀 없다. 러시아에게 떼어준 영토, 몽골의 영토는 한반도의 몇 십 배에 이를 것이다. 중국은 압록강까지 직접 미국의 세력이 미치지만 않는다면, 어떤 영토적 관심도 가지지 않을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한국의 자본, 인재, 기술이 북한에 들어가고, 일본과 미국이 경제적으로 방조하는 것을 중국이 막을 수는 없다. 김정일 정권이 붕괴되고 북한에 개혁개방 정권이 들어서면 절반은 통일이 된 셈이며, 분단의 고통은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런 상황이 된다면 북한은 10여년이면 경제적으로 한국을 엇비슷하게 따라올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때 가서도 남과 북 사이에 큰 차이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 상황에서는 연방제와 같은 방식으로 남북의 통일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미 중이 여기서 모범을 창조한다면 세계 민주화에서 결정적 의의를 가지게 될 것이다. 미·중·일·러 4대국이 협력하고 한국이 4대국의 중간 고리가 될 수만 있다면, 이 세력은 세계 민주화에서 막강한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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