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中어선 남하… 꽃게를 지켜라”

  • 입력 2005년 5월 12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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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출동10일 오전 인천 옹진군 소청도 근해에서 중국어선 단속 작업을 벌이고 있는 인천 해경 태평양5호 검거요원들이 단정(고속보트)을 타고 긴급 출동하고 있다. 해경 태평양5호 소속 단정=원대연 기자
긴급출동
10일 오전 인천 옹진군 소청도 근해에서 중국어선 단속 작업을 벌이고 있는 인천 해경 태평양5호 검거요원들이 단정(고속보트)을 타고 긴급 출동하고 있다. 해경 태평양5호 소속 단정=원대연 기자
《인천 서해 5도 어민들은 요즘 꽃게가 잡히지 않아 한숨이 심해에 닿을 지경이다. 우리 어민들이 어로한계구역 내에서 빈 그물만 바라보고 있는 동안 중국 어선들은 북방한계선(NLL)을 수시로 넘나들며 싹쓸이 조업을 일삼고 있다. 그들의 고질적인 불법조업을 왜 뿌리 뽑지 못하는 걸까. 인천 해양경찰서 소속 경비함에 본보 사회부 황금천, 사진부 원대연 기자가 동승해 남북 대치상황을 악용해 NLL을 넘나드는 중국어선 단속 현장을 르포했다.》

“대연평도 북서쪽 NLL 인근 북한 해역. 중국어선 60여 척이 대규모 선단을 이뤄 조업하고 있다. 비상 대기 돌입하라.”

7일 오전 9시경.

인천 옹진군 대연평도 인근 해역을 항해하던 인천 해양경찰서 소속 250t급 경비함인 해우리18호에 해양경찰청 상황실에서 긴급 지시가 내려왔다. 경비함은 곧 멈춰 섰다.

현 위치는 북위 37도 32분 동경 125도 29분. 대연평도 기점에서 남서쪽으로 21km 떨어진 어로경비구역이다.

10분 뒤 경비함의 조타실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레이더에 NLL을 넘어 조업하고 있는 20t급 중국어선 1척이 잡힌 것. 어선의 위치는 북위 37도 34분 동경 125도 30분. 경비함에서 북동쪽으로 20km 떨어진 지점으로 한국 해역을 1km 정도 침범한 상태였다.

정상만(53·경감) 함장이 신속히 마이크를 잡았다.

“중국어선 1척 해역 침범. 단정(고속보트)은 출동 준비하라.”

함장의 명령에 따라 중국어선을 나포할 해경 검거조 12명이 권총과 가스총 전자충격기 등으로 무장하고 5분 만에 고속보트에 탑승했다.

고속보트가 시속 70km 속도로 중국어선을 향해 접근하자 그 사이 NLL을 3km나 넘어와 있던 중국어선은 황급히 그물을 걷어 올리고 선수를 돌려 달아났다. 하지만 최대시속 15km에 불과한 목선으로 고속보트의 추격을 따돌리는 것은 역부족.

보트를 중국어선에 붙인 특공대원 김상진(36) 경사 등 검거조 6명이 연막탄을 터뜨리며 어선의 선수에 날렵하게 뛰어올랐다.

당황한 표정의 중국선원 10명은 반항하려다 곧 포기하고 머리에 손을 올린 채 체포됐다. 이날 중국어선이 NLL을 침범해 올린 어획량은 5kg짜리 100여 상자 분량.

이처럼 최근 성어기를 맞아 중국어선 300여 척이 거의 매일 NLL 인근 북한 해역에서 조업하다 수시로 NLL을 침범하고 있어 해경은 한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론 중국어선을 단속하는 해경과 해경을 통제하는 해군의 손발이 맞지 않아 중국어선을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8일 오후 10시 반경 대청도와 소청도 인근 해역을 경비하던 3000t급 경비구난함 태평양5호 조타실 레이더에 NLL을 1.4km 침범해 조업하는 중국어선 3척이 잡혔다.

경비함에서 북동쪽으로 9.8km 떨어진 지점. 곧 경비함은 항해등을 끄고 선수를 중국어선 방향으로 돌린 뒤 고속보트 2척에 출동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보트는 결국 출동하지 못했다.

상황을 보고 받은 해군이 “중국 어선이 NLL 선상에서 조업 중인 것으로 보인다”며 단속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

월선 여부를 놓고 해군과 실랑이를 하는 동안 중국어선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뱃머리를 돌려 북한 해역으로 다시 넘어가 버렸다.

10일 오전 3시 반경에도 경비함 레이더에 NLL을 1.4km 침범해 조업하는 중국어선 1척이 발견됐으나 해군은 고속보트 출동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는 중국어선을 적극 검거하려는 해경과 검거보다는 해상에서의 무력충돌 등을 우려해 단속에 조심스러운 해군의 입장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해경 관계자는 “중국어선이 남북한의 군사적 대치상황을 이용해 주로 NLL 주변에서 1마일(약 1.852km) 내외를 오가며 불법 조업을 일삼는다”며 “해군의 통제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단속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군 관계자는 “해군과 해경의 레이더에 다소 차이가 있다”며 “NLL을 침범한 중국어선의 위치가 북한 경비정과의 충돌 등 군사적 대치 가능성이 없는 안전한 해역이라고 판단될 때에만 해경의 단속을 승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 해경은 지난해에는 연초부터 5월 말까지 중국어선 61척을 단속했으나 올해는 연초부터 10일까지 그 절반 수준인 32척에 그치고 있다.


해경 태평양5호 선상=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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