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자이툰 극비 방문 뒷얘기 책으로

  • 입력 2005년 5월 11일 23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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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행기는 지금 서울로 못 갑니다. 아르빌에 다녀와야겠습니다.”

지난해 12월 8일 새벽, 유럽 순방을 마치고 전용기편으로 서울로 오던 노무현 대통령은 갑자기 동승했던 수행원과 승무원, 그리고 기자들을 향해 이라크 자이툰부대 방문 사실을 알렸다.

이날 저녁 TV 화면을 통해 자이툰부대의 젊은 사병들과 얼싸안고 있는 대통령의 모습을 확인한 국민도 박수 갈채를 보냈다. 행사장에서 한 사병이 “한 번 안아보고 싶습니다”라고 외치며 대통령과 ‘각본에 없는’ 포옹을 한 장면은 한 편의 드라마를 연상시켰다.

지난해 대통령의 자이툰부대 방문을 극비리에 추진해 성사시켰던 사람들이 암호명 ‘동방계획’의 뒷얘기를 모아 책을 냈다. ‘대통령님, 한번 안아보고 싶습니다’(깊은샘)의 저자는 이종석(李鍾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을 비롯한 NSC 외교통상부 국정원 관계자와 특별기 기장 및 승무원, 기자 등 30명이다.

이 책에 따르면 유럽 순방 출국 하루 전인 지난해 11월 27일 노 대통령은 마침내 ‘자이툰부대 2시간 체류’ 일정을 확정했다. 이 차장은 12월 4일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 동방 계획을 알렸다. 대통령을 태우고 아르빌로 향한 우리 군 수송기를 당시 미군 F-15 전폭기가 초계 경호하고 아르빌 공항에서는 미군 아파치헬기가 공중경계 활동을 하는 등 미군도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그러나 책을 읽어본 일부 여야 정치인들은 “노 대통령을 지나치게 칭송하는 듯한 ‘용비어천가’ 투의 전개가 극적 요소를 반감시킨다”, “국가기밀인 현직 대통령의 보안 경호상황을 반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공개하는 것은 신중치 못한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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