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문 길들이기, 국민 눈 가리기

  • 입력 2005년 5월 11일 21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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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부는 위헌 요소로 가득 찬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신문법)’의 시행령을 10일 발표했다. 언론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내용이다. ‘주연 열린우리당, 조연 한나라당’이 1월 통과시킨 신문법 자체가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수치스러운 법이다. 정권에 비판적인 특정 언론을 옥죄려고 만들었다는 점은 물론이고, 그 의도에 꿰맞추기 위해 기존 법체계를 흔들고 무시한 악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행령은 모법을 더 뛰어넘어 거의 노골적으로 친(親)정부 신문에 ‘당근’을 주고 ‘비판 언론’에 불이익을 가하는 내용을 구체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편집위원회 관련 조항이다.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는 신문발전기금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명시하면서 편집위원회가 구성된 신문사에 우선권을 부여함으로써 사실상 편집위원회를 강제하고 있다. 편집위원회는 노사가 참여해 편집 책임자의 임면 등 10개 항을 논의하는 기구로, 경영권 침해 소지 때문에 이를 강제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헌법이 보장한 기업 영업권을 훼손한다는 지적을 받았던 ‘광고 지면이 50%를 넘지 못한다’는 조항은 모법에선 빠졌으나 시행령의 ‘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조건’에 이를 명시해 되살렸다. 행정권 남용에 해당되는 이런 월권은 ‘비판 신문’을 배제하고 나머지 신문에 지원금을 몰아주기 위한 속셈을 드러내는 것이다. 정부가 신문발전기금을 집행하는 신문발전위원회 구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하고, 기금 용도를 모호하게 규정한 것도 ‘신문 길들이기’ 의도를 드러낸다.

시행령이 예정대로 7월에 발효된다면 비판 신문은 위축되고 친여(親與)신문은 힘을 얻을 것이다. 언론의 감시 및 비판 기능 약화는 국민의 눈과 귀를 어둡게 할 것이다. 결국 피해는 납세자이자 유권자인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정부는 자유민주주의의 토대를 무너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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