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人들 궁녀 10여명 창밖으로 내던져” 러시아人 증언 공개

  • 입력 2005년 5월 11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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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 시해사건을 목격한 러시아인 건축기사 세르진 사바틴의 증언록이 11일 공개됐다.

명지대 LG연암문고 측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동포 학자인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세계문학연구소 김여춘 교수가 최근 러시아제국 외교고문서관에서 사바틴의 명성황후 시해사건 목격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명지대 LG연암문고에 증언록의 사본과 전문(全文) 번역 및 해설문을 보내 왔다.

사바틴의 증언은 시해사건 이틀 뒤 주한 러시아 대리공사 카를 이바노비치 베베르가 본국에 보고한 ‘사건 경위 보고서’(본보 2001년 9월 26일 보도)의 토대가 되기도 했다.

사바틴은 증언과 함께 자신이 목격한 현장의 도면을 직접 그려 맨 마지막 장에 첨부했다.

사바틴은 1895년 10월 8일 새벽 명성황후의 거처 앞뜰에서 일본인들이 궁녀들을 끌고 나오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러나 그는 명성황후의 얼굴을 몰랐기 때문에 누가 황후인지 알 수 없었다.

사바틴은 목격기에서 “일본인들이 한국 여성들의 머리채를 거머쥐고 끌어낸 뒤 창문 밖으로 내동댕이치고 있었다. 내가 황후전 마당에 서 있는 동안 일본인들은 10∼12명의 궁녀들을 창문 밖으로 던졌다”고 당시 상황을 서술했다.

명지대 LG연암문고 박태근(朴泰根) 연구위원은 “사바틴의 목격기는 한일 관련 당사국을 제외하고 명성황후 시해 현장을 본 외국인의 유일한 기록”이라며 “이 글을 통해 시해사건에 대한 생생한 역사적 체험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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