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저예산 영화 ‘프락치’ 20일 개봉

  • 입력 2005년 5월 11일 1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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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락치’. -사진제공 프락치개봉추진위원회
영화 ‘프락치’. -사진제공 프락치개봉추진위원회
한 여관방에 대학가 프락치와 그를 고용한 정부기관의 기관원이 머문다. 자신의 신분이 드러난 프락치나, 그를 감시해야 할 수사관은 여관 밖으로 나갈 수 없다. 방에는 영화감독을 꿈꾸던 프락치 소유의 비디오카메라 한 대와 소설 ‘죄와 벌’이 있다. 당신은 사실상 밀실인 그 방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황철민 감독의 영화 ‘프락치’는 그들로 하여금 영화를 찍게 했다. 프락치와 기관원이 찍는 영화는 제작비 3000만원을 지원 받아 디지털 카메라로 15일 만에 찍은 영화 ‘프락치’의 열악한 제작 과정에 대한 은유처럼 보인다.

프락치와 수사관은 비디오카메라 앞에서 책을 들고 라스콜리니코프와 소냐를 연기한다. 영화는 여관방이라는 밀실에서 옆방, 여관 밖으로 공간이 확장되면서 억압자와 피억압자의 관계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여준다. 밀실에서 프락치와 기관원은 동성애자로 오인 받을 정도로 잘 지낸다. 이웃한 방의 배우 지망 여고생과 사기꾼이 각각 이들의 밀실에 끼어들자 기관원은 사기꾼에게는 물고문을, 여고생에게는 성폭행을 가하는 억압자로 변한다. 그러나 프락치가 여관을 빠져나가자 기관원은 담당 실장에게 아부하고 목매는 피억압자로 전락한다.

조명이나 음향 장비도 변변치 않았던 듯 화면은 거칠고, 여관 상공을 나는 비행기 소리에 대사는 종종 묻힌다. 그러나 진흙 밭에서 연꽃이 피어오르듯, 열악한 제작 환경을 딛고 선 영화는 수십억 원이 들어간 상업영화가 부끄러울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20일 개봉. 15세 이상.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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