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 前대통령 “美, 북한-이란 核개발 사실상 방치”

  • 입력 2005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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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10일 트리뷴미디어서비스(TMSI)에 ‘미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와해의 주범’이라는 주제로 특별 기고를 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 글에서 미국이 북한과 이란의 핵개발을 사실상 ‘방치’함으로써 ‘핵 지도력’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1994년 6월 평양을 전격 방문해 1차 북핵 위기 해결의 물꼬를 튼 바 있다. 다음은 특별 기고문의 요약.》

5년마다 열리는 NPT 평가회의가 시작됐지만 미국과 다른 핵 강국들의 무관심한 태도를 보면 소름이 돋을 정도다. 특히 핵무기를 이미 보유했거나 핵개발 프로그램을 추진 중인 이란과 북한을 고려하면 놀라울 뿐이다. 유엔은 최근 보고서에서 “NPT 체제를 와해하는 핵 확산 움직임이 봇물 터지듯 일고 있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했다.

평가회의에 앞선 예비 모임에서 중견 국가들은 단순한 목표를 설정했다. 핵 보유 역량을 가진 나라들로 구성된 ‘뉴어젠다 연합’ 국가들은 NPT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핵보유국들이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도록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목표를 정했다. 브라질 이집트 아일랜드 멕시코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스웨덴 등 뉴어젠다 연합 국가들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중 8개국은 지난해 NPT 체제 이행을 위한 공약 준수 결의안을 내놓기도 했다. 비극적인 대목이지만 당시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이 결의안에 반대했다.

올해의 예비 모임은 핵보유국과 비핵국가 간의 뿌리 깊은 분열로 아예 의제조차 정하지 못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을 제외한 모든 미국 대통령은 핵무기 개발 제한과 감축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내가 아는 한 작금에는 그런 움직임이 없다.

미국은 NPT 체제 와해의 주범이다. 미국 지도자들은 이라크와 리비아 이란 북한의 핵 확산 위협으로부터 세계를 보호한다고 주장하면서도 뒤로는 새로운 핵무기 시험 및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탄도탄요격미사일(ABM), 땅속을 뚫고 들어가는 벙커버스터, 새로운 ‘소형 핵무기’ 개발 등이 그것이다. 과거의 약속을 저버렸을 뿐 아니라 이제는 비핵보유국을 상대로 한 핵 선제공격 위협까지 공공연하게 내세우고 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명백하다.

△미국은 러시아의 핵문제에 역점을 둬야 한다. 러시아에는 민감한 무기 발사경보 체제가 아직 너무 많이 남아 있어 냉전 때와 마찬가지로 실수나 오판에 의해 전 지구적 재앙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은 모든 핵보유국이 동의하는 핵 선제공격 반대 움직임에 동참해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NATO는 핵무기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서유럽에 배치된 핵무기의 철수를 고려해야 한다. NATO는 ‘철의 장막’ 시절의 핵무기 배치 및 핵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은 준수돼야 한다. 그러나 미국은 현재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미 행정부의 2005회계연도 예산에는 핵실험 시나리오와 관련된 항목이 처음으로 등장했고 다른 핵보유국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고농축우라늄과 플루토늄의 생산 및 이전을 막기 위한 무기급 핵분열 물질 생산금지조약(FMCT)을 적극 지지해야 한다.

△ABM 제한협정 약속을 깨뜨리는 미사일방어(MD) 체제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

△중동의 불안정 요인인 핵 확산 방지에 나서야 한다. 이란은 자국의 핵 프로그램이 평화적 목적일 뿐이라고 주장하면서 우라늄 농축 의도를 숨기려 하고 있다. 과거 이런 주장을 했던 인도 파키스탄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했다. 동시에 이스라엘의 핵 보유가 이란 시리아 이집트 등 다른 중동국가의 핵 개발 의지를 부추기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정리=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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