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RPG…할리우드 닮아가네

  • 입력 2005년 5월 11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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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 한 편에 100억 원은 기본?’ 온라인 RPG(Role Playing Game·역할수행게임)가 미국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닮아가고 있다. 제작 기간 2, 3년, 제작비 100억 원이 기본으로 들어가는 ‘대작(大作)’이 아니고서는 게임시장에 명함을 내밀지 못할 정도다. 또 기발한 아이디어보다는 기획, 자금, 마케팅 능력이 게임의 성패를 좌우하기 시작했다. 최근 서비스가 시작된 NHN의 ‘아크로드’를 통해 RPG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 제작 예산이 두 배로 뛰다

NHN은 2001년 말 제작 기간 2년, 제작비 50억 원을 예상하고 게임 개발에 착수했다.

첫 번째 작업은 기획. 게임의 배경은 가장 일반적인 중세시대로 했으며 마법사가 등장하는 판타지 게임으로 정했다.

등장인물과 이들의 대립구도, 전투 등의 개념을 정하고 외부 작가에 의뢰해 시나리오를 받았다.

이어 손이 많이 가는 컴퓨터 그래픽 작업이 시작됐다.

그러나 2003년 말 문제가 터졌다. 블리자드를 비롯한 외국의 대형 게임회사들이 한국의 온라인게임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정보가 입수된 것.

이들의 게임 노하우와 자금력을 감안할 때 훨씬 더 웅장하고 정밀한 게임을 만들지 못하면 승산이 없다는 판단이 섰다. 제작 기간은 1년 연장됐고 제작 예산도 100억 원으로 뛰었다. 2004년부터 전체적인 기획 및 그래픽에 대한 재작업이 이뤄졌고 올해 3월 말 선보였다.

○ 커지는 마케팅 비용

마케팅 비용을 포함해 아크로드의 총제작비는 115억 원. 인건비가 전체 비용의 50∼60%를 차지한다. 이 밖에 관련 소프트웨어 구입, 3차원 동영상을 구현할 엔진, 외주 제작비 등이 20%다.

NHN은 게임의 웅장함과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배경음악 연주를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에 맡겼다. 비용은 2억 원.

영화의 예고편에 해당하는 3분짜리 오픈 동영상 2개를 만드는 데도 5억 원이 들어갔다. 기존에는 게임의 내용을 적당히 편집하는 것에 그쳤으나 사용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예고편부터 남들과 달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작년까지만 해도 총제작비의 10% 수준이던 마케팅 비용이 올해는 20%를 넘어섰다. NHN은 게임방송, 버스와 지하철, 게임 잡지, 온라인 광고 등에 모두 35억 원을 썼다. 계획은 20억 원이었으나 15억 원이 더 들어갔다.

○ 6개월이면 제작비 회수

‘아크로드’는 동시 접속자가 7만 명까지 늘어나 일단 흥행몰이에 성공했으며 3분기(7∼9월)에 유료화할 예정이다.

NHN의 계산은 이렇다. 하루 평균 4시간 동안 게임에 몰두하는 사용자는 동시 접속자의 4배인 28만 명. RPG는 사용자의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약 60%가 유료 사용자로 전환돼 월 매출액은 20억 원으로 예상했다.

6개월이면 총제작비 115억 원을 모두 건지고 이후부터는 기본적인 경비만 제외하고는 회사 통장에 돈이 차곡차곡 쌓여 가는 구조다. 대작 게임은 수명이 5∼10년으로 매우 길다는 것이 장점.

2차 수익은 해외시장에서 나온다. NHN은 아크로드를 그대로 갖고 일본 중국 대만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다른 게임회사인 CCR는 ‘RF온라인’의 중국 판매권리 대가로 1000만 달러(약 100억 원)를 받았을 정도다.

문태식(文泰植) NHN 게임즈 대표는 “수익률을 계산해 보면 누구나 RPG에 뛰어들게 된다”며 “다만 잘 만드느냐 못 만드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용어 :RPG:

온라인에서 사용자의 분신이 되는 캐릭터를 만들어 기사와 마법사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방식의 게임. 한국에서 최초로 대중화된 RPG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다.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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