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욱 부장 양계장에서 안 죽었다고?"

  • 입력 2005년 5월 10일 16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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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욱 전 중앙정부보장의 죽음을 둘러싸고 MBC ‘PD수첩’과 시사저널이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PD수첩’은 지난 3일 방송에서 김 전 부장을 암살한 전 중정직원이라는 이모씨와 이씨의 주장을 처음 보도한 시사저널 정희상 기자를 동행해 일본과 프랑스를 취재한 결과, “김 전 부장의 파리 양계장 암살설은 사실이 아닌 것 같다”고 보도했다.

‘PD수첩’은 ‘이씨가 대략의 납치지점과 살해 장소로 주장했던 양계장 위치를 기억하지 못했고, 프랑스 축산 전문가들이 분쇄기로 동물을 분쇄할 수 없다’고 말한 점 등을 들어 이씨의 말을 사실로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자 시사저널은 17일자에서 “PD수첩은 확인해야 할 핵심 사실에 충분히 접근하지 못한 채 성급하게 이씨의 말이 거짓이라고 결론을 내렸다”면서 “이는 경쟁프로그램인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팀에서 이 사건을 먼저 방영하려고 하자 방영일정을 앞당기려고 성급한 취재를 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정 기자는 “이씨가 27년 전에 생전 처음 가본 곳을, 그것도 안내자의 차를 타고 따라간 곳을 지금 어떻게 다 기억하겠느냐”면서 PD수첩의 보도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PD수첩 취재팀과 프랑스 양계장을 찾아다니면서 계란 한 개도 구경하지 못했다(이씨는 대규모 산란계 양계장에서 김형욱씨를 처치했다고 주장)”면서 “전혀 다른 양계장의 조잡한 분쇄기 앞에서 간단히 방송을 위한 연출을 하고 돌아왔을 뿐,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현장 검증이 전혀 안된 취재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PD수첩은 요즘 쓰는 롤러밀과 햄머밀만을 거론하며 이런 기계로는 사람을 분쇄할 수 없다고 했으나, 이씨는 안에 칼날이 달린 대형 믹서기처럼 생긴 분쇄기(커트절단기)였다고 주장했다”면서 “그러나 어쩐 일인지 PD수첩팀은 이 종류를 설명에서 빼버렸다”고 지적했다.

정 기자는 △(김 전 부장을 유인해냈다는)여배우 최모씨와 이씨의 출국기록 △프랑스 사료분쇄기의 유형과 역사, 기능 △당시 커트절단기를 사용한 농가 등을 확인 취재하지 못한 점을 들어 “성급한 결론을 내리는데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꿰맞추려고 우리를 이용한 것 아니냐고 PD에게 항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PD수첩의 보도는 진실이라고 볼 수 없고 바람직한 보도 방식도 아니다”면서 “이번 사건의 진위 여부는 국정원이나 새로 출발하는 과거사위원회에서 제대로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씨는 방송이 나간 뒤 정 기자에게 “크게 실망했다. PD수첩은 나를 바보 거짓말쟁이로 국민에게 망신을 시켰다. 이제는 내 명예를 위해 김형욱 제거 작업을 함께 실행한 곽모 후배를 만나 진상을 밝히는 수밖에 없다"고 말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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