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서 만난 정상들 北核 인식은

  • 입력 2005년 5월 10일 03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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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러 정상 한자리에 노무현 대통령 부부가 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러시아전승 60주년 기념행사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 부부의 영접을 받고 기념촬영을 했다. 모스크바=석동률 기자 seokdy@donga.com
韓-러 정상 한자리에 노무현 대통령 부부가 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러시아전승 60주년 기념행사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 부부의 영접을 받고 기념촬영을 했다. 모스크바=석동률 기자 seokdy@donga.com
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러시아 전승 60주년 기념행사를 전후해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자회담 참여국 정상들은 잇달아 개별 회동을 갖고 긴박하게 움직였다. 8일에는 한중, 미-러 정상이 각기 만났고 9일에는 한-러, 중-러, 일-러 정상회동이 이뤄졌다.

이들 5개국 정상은 북한 핵문제의 심각성에는 일치된 인식을 보였으나 북한에 대해 강경한 압박정책을 펼 것인지 여부에 대해선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북핵, 심각한 상황’=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9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북핵 상황에 대해 ‘큰 진전이 없고, 밝은 전망이라기보다 어려운 상황’이라는 취지의 설명을 했다.

8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한반도 핵문제에 관심을 가질 만한 ‘새로운 상황(신정황·新情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새로운 상황’이 무엇인지 구체적 설명은 없었지만, 최근 북-미 간의 상호 비난이 가열되는 상황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의 한 당국자는 “후 주석이 말한 ‘새로운 상황’은 북한의 핵실험 징후를 가리키기보다는 상황이 심각하다는 깊은 우려를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어렵다는 데는 5개국 정상 간에 이견이 없다.

▽‘6자회담 재개 노력 계속’이냐, ‘대북 강경책’이냐=8일 미-러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6자회담의 틀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다음 날인 9일 “북한을 궁지에 몰아넣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과 ‘6자회담’의 중요성을 재확인했지만 대북 압박정책으로의 전환은 경계하는 발언이었다.

후 주석 역시 한중 정상회담에서 전례 없이 강한 톤으로 ‘북한의 지체 없는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면서도 “한 가닥 희망이 있다면 회담 추진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큰 구도에선 미국과 일본이 대북 압박을 추진하고, 중국과 러시아는 이에 반대하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한국은 북한에 대한 압박에 반대하는 점에선 미일보다는 중-러 쪽에 가까워 보인다.

미-일과 중-러 간의 시각차는 근본적으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확보 문제와 직결돼 있다. 6자회담이 완전히 무산될 경우 각국의 이해관계에 바탕을 둔 이러한 시각차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상황이 현실화되면 6자회담 참여국들 사이에서 한국의 운신과 선택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모스크바=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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