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정委 조사편의주의 지나치다

  • 입력 2005년 5월 9일 21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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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압수수색 같은 강제조사권을 갖게 되면 기업 활동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 공정위는 계좌추적권을 갖고 있고 출석요구권 자료영치권 현장출입권 등 강제조사권에 준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 공정거래법 위반 업체를 압수수색할 수 있는 강제조사권을 갖겠다는 것은 지나친 조사편의주의에서 나온 발상이다.

검찰 경찰 같은 수사기관도 체포나 압수수색 등 강제 조사는 법관에게서 영장을 발부받아야만 할 수 있다. 그만큼 인권 침해의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검찰 경찰의 수사편의주의도 비판을 받는 터에 행정기관인 공정위가 사법경찰 행세를 하겠다는 것은 본분을 망각한 행태다. 공정위는 시장경쟁 과정을 보호하고 촉진하는 정책 업무에 주력해야 한다.

공정위가 작년 계좌추적권 시한을 5년 연장할 때도 논란이 있었다. 1999년 한시적으로 도입한 계좌추적권의 연장을 거듭해 상시화(常時化)했기 때문이다. 계좌추적권에 강제조사권이라는 ‘사법 경찰의 칼’까지 차게 되면 공정위의 권한이 너무 비대해져 권력기관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공정위는 강제조사권 도입의 근거로 몇몇 기업의 조사 비협조 사례를 들고 있다. 악질적인 조사 방해 행위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무겁게 부과하면 된다.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가 짙어 압수수색이 필요하면 경찰이나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면 된다. 기업 활동의 자유와 권리 보호를 위해서는 불편하더라도 돌아가야 한다. 그것이 민주 행정과 민주 사법의 원칙이다.

경쟁 정책의 최종 목표는 소비자 보호다. 대기업 규제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수단일 뿐이다. 공정위의 최근 행태를 보면 목적과 수단을 혼동한 듯한 인상을 준다.

법무부가 모든 행정기관에 사법경찰권을 줄 수 없다며 공정위에 강제조사권을 부여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은 바른 방향이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도 강제조사권을 갖고 있지 않다. 공정위는 기업을 피의자로 다루는 강제조사권 도입 추진을 중단하고 계좌추적권도 반납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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