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계 거꾸로 돌리는 교육부

  • 입력 2005년 5월 9일 21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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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의 총장직선제를 선거관리위원회가 관리하도록 하겠다는 교육인적자원부의 방안을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정 총장은 “정부기구인 선관위가 대학 선거를 관리한다는 것은 전제(專制)정치하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를 금지하는 3불(不)정책을 아예 법으로 만들겠다는 교육부 방침에 대해서도 주요 대학들은 자율권 침해라고 반발하며 공동 입장 발표를 할 계획이다.

정부가 헌법 제31조에 명시된 교육의 자주성과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하지 않고 세세한 문제까지 개입하는 의도가 뭔지 궁금하다. 과거 권위주의시대처럼 밀어붙이고 따르지 않을 경우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시대착오적 발상이 아니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세계는 교육 국제화, 자율화, 시장화를 통해 유능한 인재를 기르는 교육개혁에 매진하는 추세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정부가 대학입시부터 총장선거까지 통제함으로써 교육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예컨대 기여입학제의 경우, 학부모가 외국 대학에는 거액을 기부하면서 자녀를 입학시킬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대학발전에 기여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다섯 달 전 김진표 씨가 경제부총리 출신의 첫 교육 수장이 됐을 때만 해도 수요자 중심의 경쟁력 있는 정책을 펴리라는 기대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행보는 실망스럽다. 김 부총리는 고교생들이 거리로 뛰쳐나온 이유를 아직도 모르는 모양이다. ‘내신 위주 대입’이라는 강제적 지침도 모자라 3불정책을 법제화하면 대학들은 도대체 뭘 보고 신입생을 뽑아 인재를 길러낸단 말인가. 총장직선제 역시 폐해가 있다면 대학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할 일이다.

교육소비자에게 학교선택권을, 교육공급자에게는 학생선발권을 돌려주고 교육의 질과 경쟁력을 높이는 지원책을 내놓는 것이 교육부가 할 일이다. 교육부가 지금처럼 교육 통제를 계속하는 한 국내 교육의 경쟁력 제고는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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