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85세 이대원씨 5년만에 개인전

  • 입력 2005년 5월 9일 19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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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원 작 '봄'(2004년)
이대원 작 '봄'(2004년)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화가’(아트팩토리)라는 제목의 화문집(畵文集)을 펼치면서 “정말 이렇게 생각하시느냐”고 묻자 이대원 화백의 입에서 “다 유치해 유치해”하는 답이 튀어 나왔다. 올해 여든 다섯 노옹(老翁)은 이렇게 묻는 말마다 “다 유치하다”고 뭉개 버렸다. 성의가 없어 보여 화도 났지만, 문득 그에게서 쓸쓸함 같은 게 전해왔다.

홍익대 미대 학장과 총장,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을 지냈으며 예술원상, 국민훈장 목련장, 오지호미술상을 수상한 당대 인기 작가로서 그림값 비싸기로 유명한 이 화백은 이제 생의 끝자락에서 “유치해”를 외치고 있다. 그것은 모든 것을 다 가져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오만이기도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신기할 것도 없는 노년의 허무함으로도 느껴졌다.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 현대가 5년 만에 여는 이대원 개인전(18∼6월5일)에는 2000년 전시 이후의 근작을 중심으로 향토적인 정취와 자연의 멋이 한층 무르익은 신작들이 나온다.

이 화백은 추상미술이 유행하던 1950∼60년대부터 산과 들, 연못 등 자연의 풍경을 그리는 구상주의를 고집하면서 율동감 있는 터치로 밝고 생기가 넘치는 화면을 구사해왔다. 밝은 원색으로 자연의 풍경과 형상을 점과 선으로 표현한 화폭을 보고 있노라면, 기분이 좋아진다. 시인 이상범은 그의 그림을 “서양물감으로 그린 동양화"라고 했다.

70년째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살고 있는 이 화백은 주말이면 시계추처럼 고향인 경기 파주의 과수원을 찾는다. 그는 “1만 5000여 평 과수원에 봄이면 꽃들이 만발하고 가을이면 사과와 배가 주렁주렁 열린다”며 “내 그림들은 이 과수원이 선사한 탐스런 선물을 나의 타고난 소질로 가꿔낸 것들”이라고 말했다. 02-734-6111∼3.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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