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최대야당 反무바라크 투쟁

  • 입력 2005년 5월 9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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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4개월 앞둔 이집트 정국이 혼란스럽다.

이집트 내 최대 이슬람정치운동 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은 8일 본격적인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다.

이 단체의 모하마드 마흐디 아키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주에 이어 앞으로도 계속 반정부 시위를 벌여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민주시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권을 확보하기 위해 총파업과 시민불복종운동 등 새로운 투쟁 방법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무슬림형제단의 이날 대정부 투쟁 선언은 정부 당국의 반정부 세력에 대한 대대적인 체포 구금에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이집트 정국 일정과 주요 사건 일지
2004년 12월반정부 연합체 ‘키파야 운동’ 결성, 이집트 개혁 요구 시위 주도
2005년2월 26일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대통령 복수 출마’ 수용 선언
3월 30일카이로 등 3개 도시에서 수천 명 무바라크 퇴진 요구 첫 시위
4월 7일카이로에서 자살폭탄 테러로 외국인 관광객 3명 사망, 10여 명 부상
4월 27일전국 15개 도시 무바라크 퇴진 요구 시위
4월 30일카이로에서 연쇄테러로 외국인 4명 등 10명 부상
5월 4∼6일무슬림형제단, 반정부 시위 주도. 이 과정에서 6일 시위대 1명 최루탄에 질식사
5월 8일무슬림형제단, 반정부 투쟁 선언
5월 10일이집트 의회, ‘대통령 복수 후보제’ 개헌안 표결
9월대통령선거 실시
11월총선거 실시

압델 무님 마흐무드 무슬림형제단 대변인은 “정부가 4일부터 무슬림형제단 조직원 2000여 명을 연행하고 이 가운데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무슬림형제단의 지도자 이삼 알 아리안 씨를 포함해 350여 명을 구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6일 카이로 북부지역인 나일델타에서 현직 교사로 알려진 한 남성이 시위 도중 최루탄에 질식해 숨진 것은 정부의 과잉진압 탓”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따라 이집트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에 반대하는 세력과 5선을 노리는 무바라크 정권 간의 정면충돌이 예상된다.

무바라크 정권은 미국의 민주개혁 압력에 밀려 2월 26일 대선 제도를 ‘단일후보 찬반투표제’에서 ‘복수후보제’로 바꾸겠다고 밝혔지만 더 이상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이후 수도 카이로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지난달 말부터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야당과 재야세력도 이번만큼은 24년 간 집권한 무바라크 대통령의 통치를 종식시키겠다는 분위기다.

이집트 의회는 10일 1952년 7월 공화국 수립 이후 처음으로 2명 이상 복수 후보가 대선에 출마할 수 있도록 한 개헌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한편 9월 대선에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여당인 국민민주당(NDP) 후보로 나설 것이 확실시되며 진보 야당인 알 가드의 아이만 누르 대표, 여권운동가 나왈 알 사아다위 씨, 사회학자인 사아드 엣딘 이브라힘 씨, 무슬림형제단 이삼 알 아리안 씨 등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개헌안에 따르면 무소속 후보는 상·하원, 지방의회 의원 등 최소 300명의 지지를 얻어야 하고 아리안 씨는 6일 경찰에 연행 구금된 상태여서 이들의 대선 출마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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