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梁부시장 수뢰’ 수사확대…불편한 이명박

  • 입력 2005년 5월 9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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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은 오래전 구상”양윤재 서울시 행정2부시장이 청계천 복원사업과 관련해 부동산 개발업자에게서 억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는 등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9일 이명박 서울시장이 공식일정을 위해 시청을 나서면서 보도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청계천은 오래전 구상”
양윤재 서울시 행정2부시장이 청계천 복원사업과 관련해 부동산 개발업자에게서 억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는 등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9일 이명박 서울시장이 공식일정을 위해 시청을 나서면서 보도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양윤재(梁鈗在) 서울시 행정2부시장이 수뢰 혐의로 구속 수감되고 검찰 수사가 청계천 복원사업으로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이 “검찰이 청계천 복원사업을 폄훼하려는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시장은 9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본보 기자와 만나 “검찰이 말하는 청계천 주변 고도제한 완화는 20년 전부터 진행돼 온 주택국 소관 업무로, 청계천 복원사업과 전혀 관계가 없는데도 청계천 복원사업과 연관된 것처럼 검찰이 말을 흘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시장은 “외국 전문가들은 청계천 복원의 브랜드 가치를 40조 원으로 평가하는데 60억 원 운운하는 것은 청계천 복원사업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부시장할 사람이 줄을 섰는데 돈까지 줘가면서 부시장 자리를 약속하느냐”며 “이건 3류 코미디로, 누군가 장난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시장은 “청계천 복원 아이디어는 미국에 체류 중이던 1995년에 구상해 전문가들과 논의를 거쳐 추진한 것”이라면서 “아이디어는 양 부시장과 관계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시장은 “양 부시장이 돈을 받지 않은 것을 확신하지만 재판 결과는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검찰의 참고인 조사 전망과 관련해서는 “내가 코미디 배우로 나서야겠느냐”고 말해 응하지 않을 뜻임을 내비쳤다.

주변에서는 이번 사건이 이 시장의 대권 행보에 걸림돌이 될 것인지 여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청계천 복원사업에 흠집이 날 경우 이를 최대 치적으로 내세웠던 이 시장에게도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

서울시는 이번 사안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청계천 복원사업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양 부시장 개인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한편 한나라당은 “비리가 있다면 근절되어야 한다”는 원칙론적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편파 수사 의혹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구상찬(具相燦) 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검찰은 야당 인사와 관련해 판명되지 않은 피의사실 흘리기를 하고 있는 반면 권력 실세의 개입 의혹이 있는 ‘오일게이트’는 감사원이 지난해 11월 내사한 이후 지금까지 ‘완행열차’”라고 꼬집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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