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김경문-선동렬-양상문 ‘高大 3형제’ 성공시대

  • 입력 2005년 5월 9일 1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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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1월 서울 성북구 안암동의 한 허름한 식당. 고려대 야구부 신입생 환영회가 열렸다.

고교 졸업을 앞둔 까까머리 소년은 하늘같은 선배들이 보는 앞에서 막걸리를 가득 채운 냉면 사발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나중에 말술로 유명해진 그도 그날은 그릇을 비운 뒤 곧장 화장실로 달려가야 했다.

그로부터 24년 후. 당시 현장에 있던 그 새내기를 비롯한 대학 선후배 3명이 프로야구 3강 체제를 이룬 감독으로 성장해 우정 어린 대결을 벌이고 있다.

9일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두산 김경문(47), 2위 삼성 선동렬(42), 3위 롯데 양상문(44) 감독.

김 감독은 고려대 78학번 맏형이고 양 감독은 79학번, 막내인 선 감독은 81학번. 고려대에서 한솥밥을 먹던 이들이 화려한 선수 생활을 거쳐 지도자로 변신해 성공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것.

양 감독은 “함께 먼지 속을 뒹굴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감독으로 나름대로 자기 영역을 확보한 것 같아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 감독과는 초등학교 때부터 호흡을 맞춰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선 감독은 대학 때 꾸중들을 만한 일을 한번도 한 적이 없을 만큼 성실했다”고 회고했다.

선 감독은 “처음 대학에 들어가 김 감독과 룸메이트였는데 쩔쩔 맸던 기억이 난다”며 “양 감독과는 같은 투수로서 친하게 지냈다”고 기억을 되살렸다.

사석에선 호형호제하는 사이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기만 하다. 더그아웃을 마주보며 치열한 자존심 대결을 펼치고 있는 것.

김 감독은 겉으로는 부드러우면서도 확실하게 선수를 장악하는 카리스마가 돋보인다. 형님 스타일인 양 감독은 원칙을 지키는 합리적인 운영이 장점. 스타 군단의 지휘봉을 잡은 선 감독은 지도자 경력이 1년에 불과하지만 선수 시절의 풍부한 경험과 철저한 실력 위주의 용병술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고려대 71학번인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다들 감독 경력은 짧지만 나름의 소신과 철학이 있다”며 “잘못을 빨리 고칠 줄 알고 선수와 프런트를 하나로 묶는 공통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 감독은 이번 주 잇따라 맞대결을 벌인다. 9연승으로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두산이 삼성, 롯데와 6연전을 갖는 것. 오랜 인연으로 얽힌 이들의 머리싸움이 흥미롭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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