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지금 ‘녹색에너지’가 뜬다…풍력-태양열 “붐”

  • 입력 2005년 5월 9일 17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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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태양열 주택. 유럽에서는 태양열이나 풍력, 바이오매스 등을 이용해 에너지를 얻는 ‘녹색 에너지’ 산업이 각광받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유럽의 태양열 주택. 유럽에서는 태양열이나 풍력, 바이오매스 등을 이용해 에너지를 얻는 ‘녹색 에너지’ 산업이 각광받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독일 함부르크 인근 인구 1만3000명의 작은 마을 로젠가르텐. 아스파라거스가 주산품인 이 농촌 마을에 전력을 공급하는 것은 밭 한가운데 세워진 5개의 ‘바람개비’가 전부다. 이처럼 독일에서 전력을 풍력에만 의존하는 마을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독일 전역에는 1만5000여 대의 풍력 발전기가 돌아가고 있다. 풍력 발전기를 설치하고 전기를 공급하는 풍력 에너지 시장은 독일에서만 50억 유로(약 6조7500억 원)에 이른다. 풍력 발전은 대표적인 ‘신·재생 에너지(new and renewable energy)’ 기술이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이처럼 풍력과 태양열, 나무 찌꺼기 등에서 얻는 ‘녹색 에너지’ 산업이 각광받고 있다.》

○ 신·재생 에너지 산업의 성장

유럽에서 신·재생 에너지는 전망이 밝은 사업이다. 특히 독일은 2030년까지 원자력 발전소를 모두 폐기하기로 한 뒤 신·재생 에너지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녹색 에너지 정책에 힘입어 독일의 신·재생 에너지 산업은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독일 에너지 설비 회사 MWW사(社)는 독일 중서부 도시 만하임에서 ‘바이오매스(목재나 유기물 찌꺼기) 발전소’와 생활 쓰레기를 태워 열과 전기를 얻는 소각로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MWW는 에너지 기업으로는 독일 6위 수준이지만 바이오매스 발전량에는 최고다. 이 회사는 신·재생 에너지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최근 몇 년간 1억5500만 유로(약 2090억 원)를 투자해 독일 전역에 7개의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건설했다. 이 결과 매출은 2003년 14억3800만 유로에서 16억5200만 유로로 껑충 뛰었다.

MWW의 투자 컨설턴트인 헨리 피스트 씨는 “독일에서는 신·재생 에너지 사업 투자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고 있어 충분히 사업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발전소를 비롯해 독일에는 바이오매스로 열과 전기를 얻는 크고 작은 시설이 1700여 군데나 있다.

태양열 발전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옛 서독 수도 본에 본사를 둔 태양열 설비 제작 업체인 ‘솔라 월드’사(社)는 지난해 2억 유로(약 27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2003년(9800만 유로)의 2배가 넘는다. 독일 정부가 ‘태양열 지붕 10만 개 보급운동’을 펼친 영향이다.

○ 앞서가는 유럽, 주춤하는 미국

이처럼 독일은 전체 에너지의 10% 이상을 신·재생 에너지에서 얻고 있다. 독일에서 풍력과 바이오매스, 태양열을 이용해 생산하는 에너지를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100억 유로 이상이다. 독일에만 13만5000명 이상이 신·재생 에너지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 산업은 유럽이 앞서가고 있다. 교토의정서에 따라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2012년까지 1990년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평균 8% 줄여야 한다. 석탄이나 석유 같은 ‘화석연료’를 현재처럼 사용해서는 이 기준을 맞추기 어렵다.

이에 따라 EU 각국은 현재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6%인 신·재생 에너지의 비율을 2010년까지 평균 12%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전력 소비량으로는 현재 13%인 신·재생 에너지 전력 비율을 2010년까지 21%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독일 외에도 태양과 바람 등 ‘자원’이 풍부한 스페인은 201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 비율을 전체의 29.4%까지 늘리겠다고 공언했고 덴마크는 2030년까지 5500MW 규모의 풍력 발전 시설을 설치해 소비 전력의 절반을 바람에서 얻기로 했다. 유럽의 신·재생 에너지 산업이 급성장하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반면 교토의정서 가입을 거부한 미국은 여전히 ‘자유 경쟁’에 에너지 시장을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석유 메이저’를 의식한 탓이다. 미국에서 수력 발전을 뺀 신·재생 에너지 비율은 전체 에너지 생산량의 2%밖에 되지 않는다.

○ 중국과 아시아도 잠재력 높아

세계적으로도 신·재생 에너지 산업의 전망은 밝다. 특히 중국, 인도 등 아시아는 잠재력 있는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땅이 넓어 풍력 및 수력, 태양열 자원이 풍부한 데다 경제 성장 속도로 볼 때 에너지 수요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3월 ‘재생가능에너지법’을 발표해 ‘친환경 에너지’로 눈을 돌렸다. 중국에는 현재 세계 최다인 19만 개의 풍력 발전기가 있지만 크기가 작고 성능이 떨어져 정작 얻는 에너지는 많지 않다. 이 부분을 보완하겠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계획. 2003년(9만8300kW)에 비해 60% 가까이 늘어난 16만5400kW 용량의 풍력 발전기가 지난해 중국에 새로 설치됐다. 중국 정부의 집중 투자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인도 역시 가능성이 무한하다. 현재 50억 달러(약 5조 원) 규모인 인도의 신·재생 에너지 시장은 매년 15%씩 성장하고 있다. 인도의 신·재생 에너지 잠재력은 4만5000MW로 평가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인도의 급성장으로 2004년 현재 160억 달러인 세계 신·재생 에너지 시장이 2014년까지 1000억 달러(약 1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한국의 현실과 미래

한국의 신·재생 에너지 산업은 걸음마 수준이다. 전력생산량에서 신·재생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04년 기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난달 경북 영덕군에 한국 최초의 민간 풍력 발전단지가 건설됐고 강원도에도 내년에 풍력 발전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행보는 빠른 편이다.

정부는 올해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 지난해보다 66% 늘어난 3259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2011년까지는 5%를 신·재생 에너지에서 얻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전력생산으로만 따지면 2011년까지 7%의 전기를 신·재생에너지에서 얻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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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르크·만하임=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바다로 가는 ‘바람개비’ 땅위 공간부족-경관 고려▼

스웨덴 보크스티옌의 바다 풍력 발전 단지. 1997년에 건설된 이 풍력 발전 단지는 2.75MW의 발전 용량을 가지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땅 위에는 더 이상 공간이 없다.’

유럽에서 바닷물 속에 외다리를 박고 서서 바람을 맞는 ‘바람개비’가 늘어나고 있다.

유럽 각국은 2005년 1월 현재 바다 위에 326개의 풍력 발전기를 설치, 600MW의 발전용량을 확보하고 있다. 발전량은 앞으로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유럽풍력발전협회(EWEA)에 따르면 2010년까지 1만 MW, 2020년까지는 7만 MW의 전력을 ‘바닷바람’에서 얻게 된다.

바다 위에 풍력 발전기를 설치하기는 쉽지 않다. 3∼12m 깊이의 바닷물 속에서 설비 작업을 해야 하는데다 고장이 나면 수리하기도 어렵다. 소금기도 기계의 ‘적(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 각국이 바다 풍력 발전 단지를 늘려가고 있는 이유는 땅에서 생산하는 풍력 발전에 한계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땅에서 풍력발전기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은 많지 않다.

풍속이 초속 3m 이하이면 ‘바람개비’가 돌지 않고 초속 20m를 넘어가면 과부하가 걸릴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도 풍력발전기는 대부분 풍속이 어느 정도 보장되고 일정한 바닷가에 설치돼 있다. 유럽은 아예 바다 위를 택했다.

이 배경에는 경관에 대한 배려도 있다. 독일 본에서 만난 한 재생 에너지 설비 전문가는 “사람들은 이제 어디를 가도 눈에 띄는 ‘흉측한’ 바람개비에 싫증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바다 풍력 발전 단지는 1991년 덴마크 빈데뷔 인근 발트해에 처음 만들어졌다. 덴마크는 당시 1025만 유로(약 140억 원)의 건설비를 투입했다.

네덜란드(1994, 1996년)와 스웨덴(1997, 2001년)이 그 뒤를 이었고 영국(2000, 2003, 2004년) 독일(2004년) 아일랜드(2003년)도 바다에 풍력 발전 단지를 만들었다.

덴마크는 1995∼2003년 6차례에 걸쳐 풍력 발전 단지를 더 건설해 유럽에서 가장 많은 ‘바다 발전소’를 가지고 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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