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 속에 널려 있는 ‘GM-포드 현상’

  • 입력 2005년 5월 8일 21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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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자존심’으로까지 불렸던 세계 1, 2위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의 회사채가 정크본드(투자 부적격 채권) 등급으로 추락했다. 구조조정 불발, 복지비 증가, 품질 경쟁력 저하 등이 낳은 결과이며 강성(强性) 노조 탓이 크다고 한다.

GM과 포드의 치욕적 현실을 느긋하게 구경하기에는 국내 사정도 결코 여유롭지 않다. 나라 전체의 신인도(信認度)가 정크본드 등급으로 무너져 내렸던 외환위기 상황에서는 벗어났다고 하지만, 바로 지금도 우리 경제사회 곳곳에 ‘GM-포드 현상’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GM 노조는 미국에서 파업을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자동차노조연맹(UAW)은 ‘매출과 이익이 줄어도’ 공장 폐쇄나 노동자 해고를 마음대로 할 수 없도록 자동차업체들의 발목을 잡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고임금, 보건 비용, 연금 등이 미국 자동차업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노조의 취업 장사와 잦은 노사분규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가 미국시장에서 높은 판매신장률을 보이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경영진과 근로자들이 품질 향상에 노력해 온 결과로 믿어지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현대차 노조는 ‘현 수준의 임금을 유지하면서 10시간 2교대제에서 8시간 2교대제로 바꿀 것’을 회사 측에 요구하기로 결의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정규 작업시간이 연간 5200시간에서 4160시간으로 줄어든다. 그만큼 인건비가 늘어나는 셈인데, 이를 감당할 만큼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경쟁력 저하는 불을 보듯 뻔하다.

국내에서 ‘경쟁력 향상은 게을리 하면서 나눠먹기에만 바쁜’ 모습은 비단 개별 기업만의 현상이 아니다. 비정규직 법안 처리 무산, 공기업 노조의 도덕적 해이, 교육 평등주의 등에도 이런 의식이 작동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깨지 못한다면 다시 ‘정크본드 국가’의 위기에 빠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GM과 포드의 운명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복지병(福祉病) 때문에 경제의 활력을 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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