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소국 짓밟은 얄타협정 잘못”…부시, 美자기반성 거론

  • 입력 2005년 5월 8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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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사진) 미국 대통령은 7일 한반도 분단을 초래하고, 동유럽을 소련의 수중에 넘어가도록 한 얄타협정(1945년 2월)을 비판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발트해 연안의 소국 라트비아를 방문해 “얄타협정은 몰로토프-리벤트로프 협정이라는 정의롭지 못한 전통을 답습했다”며 얄타협정을 주도한 미국의 책임을 이례적으로 거론했다. 몰로토프-리벤트로프 협정은 1939년 소련과 독일이 상호불가침 협정을 맺으며 독일이 폴란드를, 소련이 발트해 3국을 사실상 지배하도록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역사학자 앨런 브링클레이 씨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늘 부시 대통령의 연설은 (얄타협정에 대한 미국의 자기반성을 거론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역대 대통령보다 한발 더 나아간 것”이라고 평가했다.

부시 대통령의 ‘얄타협정 비판’은 강대국들의 세력균형 전략 때문에 약소국 국민의 자유가 짓밟혔던 과거사를 거론함으로써 자신이 추진하는 자유의 확산 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강대국 간의 공허한 균형을 찾는다는 명분 아래 독재자의 변명을 귀담아듣고 자유를 희생시킨 앞 세대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익을 강조하는 현실주의적 전통보다 이상주의적 외교정책을 앞세우고 있는 ‘부시 독트린’을 재삼 강조한 것이라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이날 연설에서 이라크를 포함한 중동지역은 거론되지 않았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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