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5월8일 vs 러 5월9일…제2차 세계대전 종전일은 언제?

  • 입력 2005년 5월 8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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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의 ‘진정한’ 종전일은 언제인가.

러시아는 9일 53개국 정상을 모스크바로 초청해 ‘승전 60주년’ 기념행사를 성대하게 갖는다. 그러나 승전국인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2차대전이 8일에 끝난 것으로 기념하고 있다.

명백한 역사적 사실인 종전 시점까지 이처럼 혼란스럽게 된 것은 옛 소련의 고집과 자존심 때문이다.

1945년 4월 연합군이 수도 베를린까지 밀고 오자 독일은 연합국과 협상을 벌인 뒤 5월 7일에 “5월 8일 0시부터 전쟁 행위를 중지한다”는 항복문서에 서명했다. 서방에서 8일을 종전일로 보게 된 이유다.

그러나 나치 독일을 패망시키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자부하는 소련이 이에 반발함에 따라 5월 8일 베를린에서 소련군의 게오르기 주코프 원수가 참석한 가운데 항복문서 서명식이 다시 열렸다. 모스크바 시간으로 5월 9일 0시 43분이었다. 이날 소련 지도자 이오시프 스탈린은 최고회의에서 승전을 공식 선포하는 특별연설을 했고 이때부터 러시아는 5월 9일을 승전 기념일로 삼고 있다.

해마다 이처럼 요란하게 ‘승전’을 기념하는 나라는 러시아밖에 없다.

유럽은 2차대전을 비극으로 보며 종전 관련 행사를 승전국과 패전국이 함께 과거를 반성하고 평화를 다짐하는 계기로 삼는다. 지난해 6월 ‘노르망디 상륙작전 60주년’이나 올 1월 ‘아우슈비츠 수용소 해방’ 등 각별한 역사적 의미가 있는 사건만을 별도로 기념할 뿐이다. 패전국 독일을 배려해 승전이라는 표현도 잘 쓰지 않는다.

그러나 2차대전이 1945년 5월에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아시아에서는 1945년 8월 15일에야 항복을 선언한 일본이 9월 2일 항복문서에 서명했기 때문이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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