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촛불집회 징계 없다”…두발자유화 학생단체 14일 집회

  • 입력 2005년 5월 8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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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보이면 혼나요”7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열린 ‘입시경쟁 교육에 희생된 학생들을 위한 촛불 추모제’에서 여고생들이 종이로 얼굴을 가린 채 앉아 있다. 추모제에 참석한 대다수의 학생들은 시위 내내 “신문에 사진이 나가면 부모님께 야단맞는다”며 이처럼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신원건 기자
“얼굴 보이면 혼나요”
7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열린 ‘입시경쟁 교육에 희생된 학생들을 위한 촛불 추모제’에서 여고생들이 종이로 얼굴을 가린 채 앉아 있다. 추모제에 참석한 대다수의 학생들은 시위 내내 “신문에 사진이 나가면 부모님께 야단맞는다”며 이처럼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신원건 기자
상대평가를 통한 내신 위주의 대학입시제도에 반대하는 고등학생 촛불집회는 당초 우려와 달리 참석자가 적어 조용히 끝났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날 집회가 별 탈 없이 끝나자 집회 참석 학생들을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두발 자유화’를 주장하는 다른 학생단체가 14일 서울 세종로에서 가두시위를 벌인다는 방침이어서 교육 당국을 계속 긴장시키고 있다.

▽집회 상황=‘21세기 청소년공동체희망’은 7일 오후 6시 반부터 1시간 50분 동안 서울 종로구 세종로 사거리 교보빌딩 앞에서 ‘입시경쟁 교육에 희생된 학생들을 위한 촛불 추모제’를 가졌다.

이날 세종로 사거리 주변에는 서울과 경기지역 교사 등 600여 명의 교육 관계자들이 나와 있었지만 참가자가 400여 명에 불과해 별다른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부산 대전 등 지방에서는 집회가 아예 열리지 않았다.

집회 참석 학생들은 대부분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마스크를 쓰거나 유인물로 얼굴을 가린 채 삼삼오오 무리지어 집회장소에 모였으며 많은 학생은 현장에 나온 경찰과 교사들을 보고 그냥 돌아갔다.

경찰은 “참석 인원이 적었던 것은 교육당국의 설득 노력도 있었지만 집단시위 방식이 공감을 얻지 못한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경찰은 집회가 차분하게 진행되자 현장에 배치했던 6000여 명의 경찰을 오후 7시경 대부분 철수시켰다.

한편 ‘인터넷뉴스 바이러스’(www.1318virus.net)가 이날 밤 게시한 집회현장 사진에 일부 참가 학생의 얼굴이 그대로 노출돼 누리꾼(네티즌) 사이에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당국 대책=교육부는 8일 “촛불집회가 불법 시위가 아니었던 만큼 일선 학교가 참가자를 처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학부모나 학생을 대상으로 한 내신설명회를 정례화하도록 일선 학교에 권고할 예정이다.

그러나 교육당국과 경찰은 사이버 단체인 ‘두발제한폐지 서명운동’(nocut.idoo.net) 등이 14일 거리시위를 주도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내신등급제 문제가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되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노시용 기자 syroh@donga.com

▼‘고1 촛불집회’ 참가 어른들 되레 거친발언▼

“7일 오후 6시 반 ‘광화문에 학생 2000명 돌파’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발신인 번호가 ‘1234’여서 누군가 조직적으로 보낸 것 같았다.”

고교 1학년들이 개설한 인터넷 카페에서 촉발된 ‘내신등급제 반대’ 운동이 학생보다 어른들에 의해 주도돼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 촛불시위도 카페의 운영자가 아닌 ‘21세기청소년공동체희망’이 주도했으며 시위에는 진보성향의 ‘학벌 없는 사회 학생모임’ ‘다함께’ 등과 함께 보수단체인 ‘자유청년연대’도 참가했다.

촛불시위의 진행도 학생이 아닌 외부세력이 주도해 학생들의 의구심과 원성을 샀다.

서울 마포고 김모(16) 군은 “어른들이 단상에 올라가 거친 말을 하는 시위를 원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모(16) 양은 “주최 측 자원봉사자가 지하철역에서부터 집회장소에 가라고 해서 반강제로 끌려 왔다”며 “앞에 나와서 떠드는 어른들의 말에 공감이 안 됐다”고 말했다.

이날 배포된 유인물에는 고교생의 주장으로 보이지 않는 특정 정당과 언론사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도 적혀 있었다.

‘내신등급제 반대’ 인터넷 카페에 게재된 글도 특정 교육단체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싣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5월 18일은 우리나라 대표적 시민운동 광주민주화 운동을 했던 날입니다. (중략) 교육은 산업이 아니고 학생은 기계가 아닙니다. 교육정책이 학생들을 줄 세우기한다면….’

카페의 운영자인 닉네임 ‘아이리스’ 김모(15) 양은 “누군가 e메일로 이런 글을 보내 왔으며 초기화면을 이 글로 바꾸도록 요청했다”며 “동아일보 등 3대 일간지의 취재에 응하지 말라는 글도 보내와 초기 화면에 올렸으나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지웠다”고 말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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