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1 촛불, 뒤숭숭한 주말… 서울교육청 “참가자 징계”

  • 입력 2005년 5월 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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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의 한 여자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친구들에게서 받은 ‘7일 예정된 내신등급제 폐지요구 집회’ 참가 종용 문자메시지. 박영대 기자
6일 서울의 한 여자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친구들에게서 받은 ‘7일 예정된 내신등급제 폐지요구 집회’ 참가 종용 문자메시지. 박영대 기자
2008학년도 대학입시를 치르게 될 고교 1학년 학생들의 집단반발이 구체화될 조짐을 보여 교육당국과 경찰이 바싹 긴장하고 있다.

2일경부터 학생들 사이에선 ‘7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에서 내신등급제를 반대하는 촛불집회를 열자’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어 6일에는 서울뿐 아니라 부산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도 같은 내용의 집회를 열자는 문자메시지가 대량으로 오가고 있다.

하지만 집회의 주최자가 불투명하고, 주장이나 요구도 대입제도를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분명치 않아 과연 학생들의 움직임이 교육계 전체를 강타하는 ‘반란’이 될지, 아니면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지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고1들의 반란 확산되나=‘7일 광화문으로 모입시다. 20만 명만 모이면 내신등급제 폐지됩니다. 교육부 물 좀 먹입시다.’

최근 서울의 고교 1학년 학생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문자메시지 중 하나다. 6일에도 학생들은 이와 유사한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많게는 1인당 20여 건씩 받았다.

누가 처음 이 문자메시지를 만들어 돌리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학생들 사이에서 집회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서울 D고 1학년 김모(16) 군은 “문자메시지를 받으면 휴대전화에 저장된 친구들에게 다시 전송하고 있다”며 “함께 가자는 친구들이 꽤 있고 나도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촛불집회를 열자는 문자메시지가 서울뿐 아니라 부산과 대구, 대전, 창원, 강릉, 제주 등에서도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어 전국 곳곳에서 집회가 열릴 가능성이 크다.

중학생들이 참가할지도 주목된다. 문자메시지는 고교 1학년 학생뿐 아니라 내신등급제를 적용받는 중학생들에게까지 보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허리케인’인가 ‘찻잔 속 태풍’인가=그러나 얼마나 많은 학생이 어떤 형태의 집회를 열지에 대해서는 교육당국이나 경찰 모두 쉽게 예측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집회는 사단법인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이 2일 “‘학교폭력이나 성적 부담 등으로 자살한 학생을 위한 추모제’를 7일 오후 광화문에서 열겠다”고 밝히자 학생들이 내신 반대 촛불집회로 확대한 것. 특히 주최 측은 행사에서 ‘참가자 자유발언’을 진행할 예정이어서 집회의 성격이 어떻게 변할지도 미지수다.

경찰은 현재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9개 카페가 중심이 돼 집회 참가를 독려하고 있는 만큼 1000명 안팎이 모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며칠 전부터 7일 집회를 모든 학교의 중간고사가 끝나는 14일로 연기하자는 문자메시지가 퍼져 나가고 있어 14일 열릴 집회에 더 많은 학생이 참가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14일에는 학생인권수호네트워크 등이 주최하는 청소년 거리시위가 한 달 전부터 예정돼 있었다. 당초 이 집회는 두발 제한 폐지 등 학생인권 보장을 요구하기 위한 것이지만 자연스럽게 내신등급제 문제가 주요 이슈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채찍 든 당국=경찰은 집회의 발언 내용과 유인물 등을 통해 집회의 성격을 규정키로 했다. 추모제와 관련된 내용일 경우에는 상관없지만 만약 내신등급제 폐지 등을 요구하는 구호 등이 나올 경우 불법집회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경찰관 6000여 명을 행사장 주변에 배치해 학생들이 도로점거 등 불법행위를 하지 않도록 할 방침”이라며 “불법집회로 변질되면 주최 측에 대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7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 각 학교의 생활부장과 학생부장, 그리고 본청의 장학사 등 765명을 보내 현장지도에 나서기로 했다. 각 학교는 집회에 참가한 학생에 대해서는 교칙에 따라 처리할 방침이다.

일선 학교들은 종례시간을 통해 “허가받지 않은 집회를 주도하거나 참석한 학생들은 교칙에 의해 처벌을 받는다”며 학생들의 자제를 당부하는 한편 학생들과의 면담도 강화하고 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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