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검사 집단행동땐 법따라”]검사들 ‘부글부글’

  • 입력 2005년 5월 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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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형사소송법 개정과 관련된 일선 검사들의 반발에 대해 청와대가 강력 대처 방침을 밝히자 검찰은 당혹스러워했다. 전선(戰線)이 ‘검찰 대 사개추위’에서 ‘검찰 대 청와대’로 이동하는 모습도 보였다.

▽겉으로는 잠복, 그러나 뇌관 남아=형소법 개정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던 서울중앙지검 평검사들은 공식 입장 표명은 삼갔다.

김승규(金昇圭) 법무부 장관이 지휘계통을 밟아 의견을 개진하도록 지시한 데 이어 청와대까지 경고 메시지를 낸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사개추위가 사실상 9일 차관급 실무위원회에서 형소법 개정안을 다루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 검사는 “평검사들의 분위기가 수그러든 것은 청와대 등의 으름장 때문이 아니다”고 말했다.

검사들은 여전히 전국 평검사 대표자 회의는 개최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검사들이 사개추위 논의의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은 만큼 어떤 형태로든 논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따라서 일선 검찰의 반발은 뇌관은 그대로 남은 채 당분간 잠복기에 들어간 형국이다.

검사들은 청와대의 방침에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한 중견 간부는 “집단행동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 사개추위의 논의 방식에 대한 의견 개진이 처벌을 받을 만한 집단행동인가”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다른 간부는 “이쯤 하면 막가자는 것 아니냐”고 했다.

▽김 장관의 선택은?=청와대는 검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법무부 자체적으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적어도 서울중앙지검 평검사협의회 지도부에 대한 주문처럼 보인다. 따라서 공은 김 장관에게 넘어가게 됐다.

하지만 법무부가 징계절차를 밟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평검사들을 문책하겠다고 할 경우 사태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평검사들이 일과 후 회의를 여는 것은 자체 내규로 보장된 활동이어서 문제 삼기가 곤란하고, ‘항명’으로 해석할 수 있는 문구를 자진 철회했다고 주장한다. 2003년 3월 참여정부 첫 검찰 인사에 대해 평검사들이 전국 평검사 대표자 회의를 열면서 집단 반발했을 때에도 해당 검사들에 대한 징계는 없었다.

그러나 청와대가 재발방지 차원에서라도 이번 집단행동을 주도한 검사들에 대한 징계를 강력히 요구할 경우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라도 징계가 이뤄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럴 경우 김 장관의 입지는 더욱 어렵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선 검사들은 이미 사개추위 논란 과정에서 장관이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며 ‘책임론’까지 공공연하게 거론하고 있다.

일선 검사들은 김 장관이 3일 한승헌(韓勝憲) 사개추위 공동위원장과 참고인 진술조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 “장관이 수사 현실을 너무 모른다”고 불평하고 있다.

▽형소법 개정안 처리 연기되나=사개추위는 표면적으로는 16일 처리할 안건이 많아 형소법 개정 문제는 빨라야 다음 달에나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개추위 실무팀은 서울중앙지검 평검사 회의 소식이 전해진 1일부터 형소법 개정처리를 미루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어떻게든 검찰의 조직적인 반발은 막아야 한다”고 했다는 얘기도 있다.

사개추위는 다음 달 임시 전체회의를 소집하거나 7월에 예정된 정기 전체회의에서 형소법 개정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일선 검찰은 논의의 방식과 안건 자체를 문제 삼고 있어 사개추위의 앞길에 여전히 장애가 많아 보인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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