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교육 “대입제도 안바꾼다”]학생 반발 불씨 그대로

  • 입력 2005년 5월 6일 19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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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숙인 교육수장김진표 교육부총리가 6일 2008학년도 대입 내신 파동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기 직전 머리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 부총리는 이날 2008학년도 입시제도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변영욱 기자
머리 숙인 교육수장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6일 2008학년도 대입 내신 파동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기 직전 머리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 부총리는 이날 2008학년도 입시제도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변영욱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 비중을 낮추고 학교생활기록부 성적을 9등급으로 평가해 반영하는 2008학년도 대입제도를 놓고 일부 고교 1학년 학생들이 촛불집회까지 계획하는 등 최대의 시련을 맞고 있다.

그러나 교육인적자원부는 “현재의 혼란은 새 대입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에 빚어진 측면이 크다”고 밝혀 대학의 전형 계획 조기 발표와 부작용 최소화 방안 마련 등을 통해 문제점을 최소화하겠지만 입시의 기본 틀은 바꾸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고심하는 교육당국=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6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이해를 당부했다. 간부들도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해명 기회를 갖는 등 ‘내신등급제 파동’을 진화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교육부는 내주 중 고교와 대학의 입시담당자들이 참가하는 워크숍을 개최해 대입 관련 정보를 교환하고 대입전형 모델 등을 논의하도록 할 방침이다.

각 대학에는 6월까지 2008학년도 대입전형 계획을 발표하도록 독려하고 있지만 충분한 논의를 거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대학들이 “밀어붙이기만 하면 되느냐”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홈페이지에 ‘대입제도에 대한 이해’라는 글을 올리고 일부 과목의 구체적인 숫자까지 들어가며 고교 3년간 12번 치르는 학교 시험이 대입에서 크게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예컨대 학생부를 30% 반영하고 국어 영어 수학 국사 4과목을 반영할 경우 1학년 1학기 중간고사가 반영되는 과목당 비율은 ‘30%÷4(과목)=7.5%’에서 12번 시험을 보니까 ‘7.5%÷12=0.625%’밖에 안돼 극히 미미하다는 주장이다.

김 부총리는 서울대가 지역균형선발, 특기자전형, 정시모집을 3분의 1씩 뽑는 방식을 다양한 전형의 예로 들었지만 교육부가 반대하는 본고사의 정확한 가이드라인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교육부의 이번 입시제도 고수 방침에 따라 당장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수험생들은 지금과 같이 학교 시험을 치르면서 각 대학들이 발표하는 전형계획에 맞춰 준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새 대입 왜 꼬였나=내신에 대한 오해와 과장이 있더라도 새 대입제도 자체는 여전히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교육정책이 당장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땜질용’으로 시행되고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내신만 해도 상대평가→절대평가→상대평가로 ‘그네타기’를 하고 있다.

교육부는 성적 부풀리기를 막는 데 역점을 둬 절대평가(수우미양가)와 상대평가(석차백분율)로 된 내신을 고1부터 9등급 상대평가로 전환했다.

그러나 9등급의 완전 상대평가는 학생 불안을 증폭시켰고 대학은 고교 간 학력 차이가 반영되지 않는 내신을 여전히 불신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런 결과에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목소리가 커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시민단체와 열린우리당 운동권 의원들의 압력도 한몫했다.

전교조는 교육의 공공성을 내세워 경쟁을 줄인다며 내신 5등급제를 요구했고, 교육부는 “안병영(安秉永) 전 부총리가 직(職)을 걸고 겨우 9등급제를 지켜냈다”고 할 정도로 안팎에서 압력이 많았다는 것.

서울의 한 대학 입학처장은 “대입제도 논의 때 대학들은 선발자율권을 요구했지만 교육부가 지난해 고교등급제 파동 속에서 대학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결국 학생들은 엄청난 경쟁 속에서 자신의 내신 성적을 관리하지만 정작 대학은 이를 불신하는 ‘엇박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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