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자존심 GM-포드 동반추락…투자등급 ‘정크본드’로 내려

  • 입력 2005년 5월 6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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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자동차회사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미국 2위 자동차업체인 포드가 끝내 ‘정크본드(투자부적격채권)’ 등급으로 추락했다.

이번 사태로 북미(北美) 지역의 ‘자동차 시장 개편’이 빠르게 진행될 수도 있다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두 회사의 ‘악재’가 한국의 자동차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망신당한 ‘미국의 자존심’

미국의 유력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5일(현지시간) 판매 부진과 종업원 의료비 부담 등으로 큰 폭의 적자를 내기 시작한 GM의 회사채 투자등급을 ‘BBB―’에서 ‘BB’로 두 단계 내렸다고 발표했다.

포드 회사채 투자등급도 ‘BBB―’에서 ‘BB+’로 낮아졌다.

등급이 떨어진 뒤에도 두 회사의 향후 등급 전망은 ‘부정적(negative)’이다.

GM이 지난달 분기로는 13년 만에 최대 적자를 발표하며 올해 실적도 어렵다고 전망하면서 ‘정크본드 추락설’이 나오긴 했다. 하지만 월가 전문가들이나 투자자들은 투자등급 조정이 이처럼 빨리 이뤄질 것으로는 미처 짐작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S&P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GM의 경영전략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결론을 내린 데 따른 것”이라고 등급 강등 이유를 밝혔다.

이로써 두 회사는 채권을 발행해도 기관투자가들이 매입을 꺼려 자금조달이 훨씬 어려워지고 이자부담도 늘게 됐다. 두 회사 채권은 이날 투자등급보다 더 낮은 CCC 또는 B― 수준에서 거래됐다.

GM 주가는 4일 미국의 억만장자 커크 커코리안(87)의 GM 주식 매집계획 발표에 따라 무려 18% 올랐다가 하루 만인 5일 5.9% 하락해 주당 30.86달러에 마감했다.

월가에서는 안정적으로 투자하는 연금펀드나 정크본드에 투자하지 못하게 돼 있는 기관투자가들이 두 회사 채권을 쏟아놓으면 자금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발행된 채권은 GM 2920억 달러, 포드 1610억 달러에 이르며 GM은 정크로 전락한 사상 최대기업이 됐다.

○ 한국 자동차업체에는 기회 될 수도

국내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한국 자동차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산업연구원 이항구(李항九) 연구팀장은 “GM과 포드의 신용등급 하락은 세계 자동차 시장 개편을 불러올 수도 있다”며 “북미시장 판매가 활발한 현대·기아차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팀장은 또 “GM과 포드가 회생을 위해 가격 경쟁에 들어간다면 미국산보다 싸면서 품질이 보장된 한국 자동차 부품업계에도 호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신증권 김상익(金尙翼) 책임연구원 역시 “GM과 포드가 어려워진다고 해도 세계시장에서 자동차 수요 자체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므로 한국 기업들에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국제 투자자금이 자동차 산업을 떠나면 현대·기아차의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견해도 함께 밝혔다.

GM의 한국 계열사인 GM대우자동차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GM대우 관계자는 “GM 본사와 관계없이 투자 계획이 진행되므로 이번 사태의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연구원은 “GM의 브랜드 이미지 실추에 따라 ‘시보레’ 브랜드로 북미와 유럽에 수출하는 GM대우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 팀장은 “GM이 판매가 부진한 대형차 대신 중·소형차의 판매 비중을 늘린다면 소형차를 생산해 수출하는 GM대우의 GM 내 역할이 커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뉴욕=홍권희 특파원 konihong@donga.com

주성원 기자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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