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코리아]제2부 남을 배려합시다<6>집회문화

  • 입력 2005년 5월 6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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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이자 일요일이던 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 저녁 미사를 보기 위해 성당을 찾은 전모(50·여) 씨 등 신자들은 성당 앞에서 ‘비정규직 철폐’와 ‘노사정 합의 폐기’ 등을 주장하는 600여 명의 대학생에게 “미사가 진행되는 동안만 구호를 외치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명동성당에서의 집회는 우리의 권리”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전 씨는 “아무리 좋은 뜻을 가지고 집회를 연다 해도 성당을 이용하러 온 신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는 필요한 것 아니냐”며 안타까워했다.

서울 시민들에게 이제 주말에 종로나 을지로, 시청 부근으로 승용차를 몰고 나가지 않는 것은 상식이 됐다. 이곳에서 매주 주말마다 열리는 각종 단체의 집회와 행진 등으로 심한 교통정체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도 ‘국회로부터 100m 떨어진 지점’이라는 이유로 1년 내내 각종 행사로 조용할 날이 없다.

서울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2004년 서울시내에서 발생한 시위 집회는 6689건, 참여인원은 186만3000여 명이다. 매주 18건 이상의 시위 집회가 열리는 것.

이처럼 집회는 잦지만 집회 때문에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을 배려하려는 문화는 많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여의도 문화마당과 국민은행 앞에는 일부 단체가 국가보안법 반대 등을 외치며 인도에 텐트를 치고 집회를 열어 인근 직장인과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지만 시위가 끝나면 과태료를 내는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큰 집회가 끝난 뒤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집회 참가자들이 치우는 일도 거의 없다. 서울 영등포구청 청소과의 한 직원은 “여의도에서 시위가 한 번 열리면 보통 2.5t 트럭 두 대 반 정도의 신문 전단지 등의 쓰레기가 나오며 이를 치우는 데 3시간 이상이 걸린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시간과 장소 등과 관련해 사전신고한 대로 집회를 여는 사람들은 드물다”며 “폴리스 라인도 이미 수년 전에 도입됐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이 합법적인 집회를 방해하고 과잉 진압을 시도해 물리적인 충돌로 비화된다”고 주장한다.

성공회대 김동춘(金東椿) 교수는 “집회 시위를 과잉 금지하는 권위주의 시대를 오랫동안 살아오다 보니 법을 벗어난 시위를 용인하는 풍토가 뿌리내렸다”며 “이제 집회 주최 측과 경찰이 서로 약속을 지키고 신뢰를 회복해야 제대로 된 집회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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