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허창회]극한 기상현상 대비해야

  • 입력 2005년 5월 6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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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한 박사는 올해 기온이 지난 100여 년간의 관측 사상 가장 더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의 예측대로 되는 것인지 지난달 말 경북 영덕에서는 우리나라 4월 관측 사상 최고 온도인 34도가 관측되었다. 한여름 찜통더위에서나 볼 수 있는 기온이 나타난 것이다.

이런 무더위는 5월 초에도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반 사람들은 당장 ‘지구 온난화’를 떠올리며 “온난화가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 “힘이 들더라도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필자는 요즘의 때 이른 더위가 지구 온난화의 직접적인 영향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부는 푄 현상 때문이기도 하고, 일부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확장 때문일 것이다.

푄 현상은 공기가 산을 넘으면서 단열 압축되어 기온이 상승하는 현상으로 주로 봄과 가을에 우리나라에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태백산맥을 경계로 무려 10도의 온도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한편 북태평양 고기압은 보통 여름에 우리나라까지 확장한다. 아열대 해양의 습하고 무더운 공기의 영향을 받아서 전국이 찜통더위 속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에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 북태평양 고기압이 조금 일찍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척 추웠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실제로 지난 겨울은 최근 10여 년 동안 가장 추운 해로 기록된다. 12월 말부터 3월까지 평년보다 온도가 높았던 시기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봄꽃들도 피어야 할 시기를 잡지 못해서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같은 동네에서도 양지 바른 곳이냐 아니냐에 따라 개화 시기가 많이 달랐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일기 현상은 공간과 시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몇 주 동안 가물어서 동해안에 산불이 나고 낙산사가 불타던 시기에 사막지역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때 아닌 폭우로 홍수가 나기도 한다. 또 인도 어느 지역에서는 가뭄이 심해져 호수 바닥이 거북 등처럼 굳어지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무더위가 물러가고 난 후에는 평년의 기온으로 돌아가거나 오히려 냉해를 걱정해야 할 만큼 추워질지도 모른다.

때 이른 무더위에 지구 온난화가 떠오를 정도로 온난화는 날씨에 관한 한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는 마력을 지녔고 동시에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 지구 온난화는 석유와 석탄을 태우면서 지질시대에 살았던 생명체에 축적되어 있던 이산화탄소가 대기에 방출되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런데 이산화탄소 증가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온실 효과의 대부분을 설명하는 대기 중 수증기의 증가다. 지구 기온이 상승하면서 대기 중에 머무를 수 있는 수증기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고 온난화 정도도 커지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의 심각함은 그것이 단순히 평균기온의 증가에 그치지 않는 데에 있다.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현재 유지되고 있는 지구 에너지 평형 상태가 깨지고, 새로운 에너지 평형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대기순환과 해양순환의 변화가 필연적으로 나타난다. 이 변화는 이상 기상의 발생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머지않은 장래라도 우리가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극한의 기상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주변 지역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이상 기상의 발생을 예측하고 적절한 대비책을 세우기 위해 시급하게 메커니즘의 규명에 나서야 한다.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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