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가상敵은 중국…홋카이도 군부대 中겨냥 南下훈련

  • 입력 2005년 5월 6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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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일본 간의 긴장이 높아지면서 일본 자위대가 냉전시대의 옛 소련을 염두에 두고 짠 방위전략을 수정해 중국의 가상공격에 대비하는 쪽으로 전환하고 있다. 러시아군의 남진(南進) 저지 임무를 띠고 북쪽 홋카이도(北海道)에 주둔 중인 육상자위대 부대가 일본 열도의 본토 격인 혼슈(本州)로 이동해 중국군을 겨냥한 훈련에 나설 계획이다. 또 일본 방위청은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센카쿠(尖閣) 열도의 경비를 강화하기 위해 첨단장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홋카이도 부대의 남하 훈련=홋카이도의 삿포로(札幌) 등지에 주둔하고 있는 육상자위대 제5여단과 제11사단은 6, 7월중 도쿄(東京) 인근 시즈오카(靜岡) 현에서 시가지 전투를 가정한 훈련을 실시한다.

300∼800명의 병력이 해상자위대 수송함과 항공자위대 항공기 등을 타고 본토로 옮겨와 중국이 일본 열도를 침공한다는 가상 시나리오에 따라 훈련에 투입된다.

홋카이도는 냉전 체제가 붕괴되기 전까지만 해도 옛 소련과 맞닿은 지리적 특성 때문에 서방 진영의 대(對)공산권 방어 전진기지로 활용됐다. 일본 정부는 군사 요충지인 이곳에 자위대의 최정예 부대를 배치하는 한편 혼슈와 규슈(九州)의 부대를 매년 홋카이도로 이동시켜 훈련해 왔다.

홋카이도 부대가 역으로 주둔지를 떠나 남쪽에서 훈련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일본의 가상 적국이 북쪽의 러시아에서 남쪽의 중국으로 바뀌었음을 나타내는 상징적 조치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일본, ‘가상의 적은 러시아가 아니라 중국’=NHK는 이번 훈련이 작년 말 발표된 ‘신(新)방위계획대강’이 일본의 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중국과 북한을 지목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전했다. 기존 방위대강은 북한과 러시아를 주요 위협 요인으로 다뤄왔는데 작년을 고비로 러시아가 빠지고 중국이 ‘잠재 적국’의 대열에 올랐다는 것이다.

방위청 산하 방위연구소도 최근 발표한 ‘동아시아 전략개관’ 연례 보고서에서 “중국이 대만에 대한 무력행사와 미군의 개입 저지를 목표로 공격적인 훈련을 빈번히 실시하고 있다”며 동아시아 안보환경의 3대 위협요인으로 중국과 북한, 해상테러를 꼽았다.

반면 일본과 러시아 사이에는 북방영토 반환 문제라는 현안은 있지만 러-일 양측이 에너지 및 경제 협력을 원하고 있어 군사적 긴장은 없는 상태다.

일본 정부는 센카쿠 열도에서 가까운 이시가키(石垣)섬이나 미야코(宮古)섬에 자위대 병력을 상시 주둔시키고 오키나와(沖繩) 기지의 주력 전투기를 현재의 F-4에서 항속거리가 길고 공중급유기능을 갖춘 F-15로 교체할 방침이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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