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핵가방 존폐논란…AP “냉전소멸된 요즘 필요한가”

  • 입력 2005년 5월 6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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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이 가는 곳 어디든지 항상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것이 ‘핵가방’이다. 그러나 냉전이 종식된 지금도 비밀 핵전쟁 계획을 담고 있는 이 검은 가죽의 핵가방이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AP통신이 5일 보도했다.

AP통신은 “이 가방 안에 세상의 운명이 담겨 있다”는 설명과 함께 최근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전시된 ‘퇴역’ 핵가방 얘기를 전하며 핵가방과 관련된 그간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이 핵가방의 명칭은 ‘축구공(football)’. 미국의 초기 핵전쟁 계획의 암호명이 ‘드롭 킥’이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핵가방을 담당하는 백악관의 군 보좌관은 모두 5명.

핵가방이 처음 등장한 것은 쿠바 미사일 사건 직후인 존 F 케네디 행정부 시절이다.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나 있는 동안에도 핵 발사 결정을 내릴 경우에 대비한다는 취지였다.

핵가방에 무엇이 들어 있는가는 비밀로 취급되고 있지만 1970∼80년대 백악관 군 보좌관이었던 빌 걸리 씨는 그 내용물이 △핵 버튼 △핵공격 대응 매뉴얼을 담은 ‘블랙 북’ △보복 공격 수준 선택권 △긴급 상황 발생시 대통령이 피신할 비밀장소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냉전이 끝나 보복 대상이 불분명한 테러시대에도 핵가방이 대통령의 그림자로 따라다녀야 하는지의 여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핵전쟁 계획은 정기적으로 갱신되고 있기 때문에 테러시대에 핵가방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는 주장도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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