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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자비]진짜 사랑을 알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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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자비]진짜 사랑을 알려면…

입력 2005-05-06 18:25수정 2009-10-09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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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매가 과년한 딸이 가출을 했다고 말했다. 나는 ‘이제 나한테 딸 원망을 한참 늘어놓겠구나’ 했는데 자매는 이렇게 말했다.

“딸애가 찬비를 맞으며 거리를 헤매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엄마라는 사람이 잠을 자고 먹을 것을 꾸역꾸역 입에 넣는 게 너무 미안해요.”

한번은 또 다른 자매의 가정 방문을 갔다. 추운 겨울인데도 냉방이라 보일러가 고장 난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큰 아들이 몇 달 전 군에 갔는데 춥기로 유명한 강원도에 배치를 받았어요. 어미가 되어 혼자 따뜻한 방에서 잘 수 있나요.”

나는 사랑만이 모든 것이라고, 입만 열면 사랑타령을 하는 신부이지만 이런 분들을 만나면 진짜 사랑을 알려면 한참 멀었다고 깨닫는다. 그리하여 “신부님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어린애에요. 장가가서 애 낳고 길러봐야 진짜 어른이 된다구요”라고 말하는 형제자매님의 말들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어릴 때는 예수님이 하늘로 올라가셨다는 말을 저 우주공간에 계신다는 말로 이해했다. 그러나 예수님의 승천은 단순히 육신의 승천이 아니라 영적으로 시공을 초월해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것을 커가면서 알게 되었다.

나는 앞서 소개한 형제자매들을 만날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는 예수님을 찾아 높은 산에 오를 필요도 없고, 깊은 바다 속을 헤매지 않아도 된다. 내가 그토록 공들여 쌓은 탑을 한순간에 허물어 버린 사람에 대한 미움과 원망을 용서와 화해로 이겨낼 때, 나를 핍박하고 무시하는 사람을 위해 하느님의 축복을 빌어줄 때, 이웃의 슬픔과 고통을 함께 나눌 때, 나는 주님 안에서 사랑의 존재로 거듭 태어나 주님과 함께 승천하는 것이다.

“나는 행복합니다. 그대들도 행복하시오.” 선종하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유언은 집 나간 딸과 군에서 추위에 떠는 아들의 고통을 함께 하는 어머니처럼 참된 사랑을 전 인류에게 베풀었던 당신께서 이미 생전에 예수님과 함께 살고 있었음을 고백한 것이다. 그리하여 저 세상에서 만날 주님만 생각하고 죽은 다음 누리게 될 미래의 영원한 행복만 기대하며 지금 이 순간 삶이 주는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철이 덜 든 어린애들’인 우리에게 주는 마지막 가르침인 것이다.

임문철 제주 중앙주교좌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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